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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새치가 나는 거야! 새치가 나는 원인, 모낭 속을 파헤쳐보자

2026. 4. 13. 10:28

 

어느 날 거울 앞에서 검은 머리 사이에 숨어 있던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한두 가닥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자꾸만 늘어나면 슬슬 궁금해집니다. 대체 왜 나는 걸까? 
주변에 물어보면 "스트레스받아서 그래", "나이 먹어서 그래", "유전 아니야?"같은 답이 돌아오곤 하는데, 막상 정확히 어떤 원리로 멀쩡하던 검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새치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고, 최근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모낭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롭습니다. 
오늘은 새치가 왜 생기는지, 그 원인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모낭 속 줄기세포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머리카락은 어떻게 색을 갖게 될까?

머리카락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멜라닌(melanin)이라는 색소입니다. 멜라닌 색소는 피부, 머리카락, 눈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로,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유멜라닌(eumelanin)은 흑갈색 계열의 색소로, 검은 머리카락이나 갈색 머리카락의 주된 원인입니다. 페오멜라닌(pheomelanin)은 적황색 계열의 색소로, 붉은 머리카락이나 금발에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두 멜라닌의 비율과 총량에 따라 머리카락이 어둡거나 밝은 색을 띠게 됩니다.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

(출처: ChatGPT 이미지 생성)

 

이러한 멜라닌 색소가 어디에서 만들어져 머리카락의 색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요? 
머리카락(털)을 만드는 모낭(hair follicle) 하단의 모구(hair bulb)라는 위치에서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모구에 있는 멜라노사이트(melanocyte)라는 세포에서 멜라닌을 생성합니다. 
생성된 멜라닌을 멜라노솜(melanosome)이라는 소기관에 담고, 주변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로 전달합니다. 각질형성세포들이 점점 위로 올라오면서(머리카락이 자라면서) 머리카락이 색을 띠게 됩니다. 

 

새치

멜라닌 색소 생성 과정

(출처: ChatGPT 이미지 생성)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멜라노사이트가 모발 성장 주기(성장기→퇴행기→휴지기) 한 사이클을 돌면 사멸한다는 것인데요. 다음 주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멜라노사이트 공급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모낭의 벌지(bulge) 영역에 거주하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Melanocyte Stem Cell, McSC)입니다. 새 모발이 자라기 시작하면 McSC가 분화하여 새 멜라노사이트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핵심은, 이 줄기세포 풀(pool)이 고갈되거나 기능을 잃으면 색소를 만들 세포가 보충되지 않아 흰 머리카락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새치가 나는 이유

그렇다면 이 정교한 시스템은 왜 무너지는 걸까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관여한다

순천향대학병원 피부과에 따르면, 흰머리 발생에 유전적 요인이 약 30%, 나이·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나머지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순천향대학병원, 새치에 대한 Q&A) 

 

새치

(출처: ChatGPT 이미지 생성)


인종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백인은 흑인이나 아시아인보다 흰머리가 비교적 빨리 나타나는 편이라고 합니다. 
유전적 요인은 새치가 시작되는 시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부모가 이른 나이에 새치가 많았다면 자녀도 비슷한 시기에 새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기능 저하 속도 자체가 유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선천적으로 새치가 생기기 쉬운 체질은 외부 요인을 줄이는 방식으로 발현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유전적 영향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스트레스는 진짜 범인이다

"스트레스받으면 흰머리 난다"는 말, 실제로 맞습니다. 그런데 그 메커니즘은 단순히 영양 공급이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2020년 하버드 대학 Ya-Chieh Hsu 연구팀은 처음에 면역 반응이 원인일 것으로 가정했지만, 면역이 결핍된 쥐에서도 스트레스에 의한 백모화가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출처: https://www.hsci.harvard.edu/news/solving-biological-puzzle-how-stress-causes-gray-hair)
부신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코스테론)도 아니었고요. 최종적으로 밝혀진 주범은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와 그 신경전달물질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Fight-or-Flight 반응의 일부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 교감신경은 모낭 하나하나까지 뻗어 있습니다. 
활성화된 교감신경 말단이 모낭 내로 노르에피네프린을 대량 방출하면, 정상적으로는 휴면(quiescent) 상태를 유지해야 할 McSC가 갑작스럽게 깨어나 한꺼번에 분화하고, 모낭 밖으로 이동해 버립니다. 
줄기세포 풀이 한 번 소진되면 다음 모발 주기에 색소를 만들어 줄 세포가 남아 있지 않으므로,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은 색소 없이 흰색으로 나옵니다. 
Hsu 박사는 "단 며칠 만에 색소 재생 줄기세포가 모두 사라졌고, 한번 사라지면 재생할 수 없어 손상은 영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양 결핍과 질환도 빠뜨릴 수 없다

새치는 스트레스, 유전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몸 상태(대사, 호르몬, 영양)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불균형한 식단으로 영양 공급이 부족해지면 멜라닌 합성에도 영향이 갑니다. 
순천향대학병원 피부과에서는 구리가 풍부한 호두 같은 견과류가 모낭 멜라닌 색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순천향대학병원, 새치에 대한 Q&A) 
기저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면 멜라노사이트 기능이 저하되면서 멜라닌 분비가 줄어들고 , 당뇨병 역시 혈당 변동에 따른 산화 스트레스가 멜라닌 생성 세포를 직접 손상시킵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서 안 나던 새치가 나거나, 새치의 양이 많아졌다면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2018년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 공동 연구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은 20대 남녀의 36.4%가 이미 새치를 갖고 있었고, 복부비만이면서 혈당이 높은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새치 위험이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치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대사 건강의 신호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화하면 줄기세포에 무슨 일이 생길까?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이유: 스트레스 vs 노화

(출처: Gemini 이미지 생성)

 

스트레스가 줄기세포를 한꺼번에 고갈시키는 것이 급성 경로라면, 노화는 좀 더 느리지만 결국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만성 경로입니다. 
기존에는 줄기세포가 한 방향으로만 분화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줄기세포 → 전구세포 → 성숙 세포,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NYU Mayumi Ito 연구팀이 이 상식을 뒤집었습니다. McSC는 놀랍게도 모낭의 벌지(bulge, 모낭 중간부의 줄기세포 저장 공간)와 모배(hair germ, 새 모발 성장을 시작하는 모낭 하단부) 사이를 오가면서 분화와 역분화(dedifferentiation, 분화된 세포가 다시 줄기세포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모낭에서는 McSC가 모배로 내려가 부분적으로 분화했다가, 다시 벌지로 올라와 줄기세포 상태로 돌아갑니다. 심지어 색소를 이미 만들기 시작한 McSC도 다시 줄기세포로 복귀할 수 있었고요.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이 왕복 운동이 멈춘다는 것입니다. McSC가 벌지와 모배 사이 영역에 "갇혀서", 성숙한 멜라노사이트로 분화하지도, 줄기세포로 되돌아가지도 못하게 됩니다. Ito 박사는 이 현상을 "McSC의 카멜레온 기능 상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이 이동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새치를 예방하거나 되돌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한 번 하얘진 머리카락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2021년 Columbia 대학 Martin Picard 연구팀이 14명의 참가자에게서 모발을 채취하고 1년간의 스트레스 일기와 대조한 결과,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에 희게 변한 모발이 스트레스가 해소된 시기에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확인되었습니다. 30세 여성이 별거 기간 2개월간 자라난 모발이 희게 변했다가 이혼 후 심리적으로 안정되자 되돌아온 사례, 35세 남성이 2주 휴가 동안 자라난 모발만 검은색이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는 스트레스성 새치에 한한 이야기입니다. 노화로 인해 McSC가 이동 능력 자체를 잃은 경우, 스트레스 해소만으로는 회복이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노화성 새치를 되돌린 임상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피부 질환 치료제인 Acitretin을 복용한 80세 남성에서 회색 머리카락이 다시 짙어진 사례가 논문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Ito 연구팀은 McSC를 적절한 위치로 되돌리거나 이동 능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탐색할 계획을 밝힌 바 있어, 노화성 새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흰 머리카락의 단백질을 분석해 보니, 검은 머리카락에 비해 유의미하게 많은 단백질이 확인되었고 그중 약 27%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백모화가 단순히 "멜라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 에너지 대사 자체가 바뀌는 복합적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Picard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되돌리기 위한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한해 가역적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새치, 이것만은 주의하자

새치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새치, 뽑는 게 나을까요?

새치를 뽑는다고 해서 새치가 더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뽑으면 모근이 약해지고 모낭에 자극을 주어 염증이나 모발 약화를 유발할 수 있어 권장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모낭에서 평생 자랄 수 있는 머리카락 수는 정해져 있으므로, 모낭이 손상되면 결국 그 자리에 머리카락이 아예 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흡연도 새치에 영향을 줄까요?

흡연 시 발생하는 활성산소(ROS)가 멜라노사이트를 직접 손상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흰머리 발생과 연관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과 인간 대상 연구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본인이 흡연하지 않더라도 간접흡연 노출까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담배 연기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치가 대사 건강의 신호라면?

복부비만+고혈당일 경우 20대에도 새치 위험이 1.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혈당 관리가 새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급격히 늘었다면 몸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유전이나 스트레스로 설명되지 않는데 새치가 갑자기 많이 늘었다면,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통해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를 급격히 고갈시키고, 노화는 이 줄기세포의 이동·역분화 능력을 서서히 빼앗으며, 그 과정에서 모낭 내 미토콘드리아 대사 체계까지 달라집니다. 여기에 유전, 영양 상태, 대사 질환 같은 변수가 더해지면서, 누군가는 20대에 벌써 새치를 고민하고 누군가는 40대까지 검은 머리를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새치 한 올은 단순한 노화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반응과 줄기세포 시스템, 대사 건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기록입니다. 거울을 보다가 새치를 발견하시면, 뽑고 싶은 충동은 잠시 참고 그 한 올이 전해주는 몸의 신호에 귀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EDITOR

이은혜

Bioinformatics System Dept.· 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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