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인실리코젠 iLAB에서 QIAGEN CLC 솔루션 기술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실리코젠은 약 20년간 국내 CLC 기술지원과 컨설팅을 수행하며, 감염병, 미생물, 유전체 분석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지원해 왔습니다.
CLC Genomics Workbench Premium은 QIAGEN에서 개발한 생물정보학 소프트웨어로, 코딩 없이 그래픽 환경에서 연구자가 NGS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와 더불어 감염병 병원체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 typing,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 분석, 병원체 유전체 비교 분석 기능도 폭넓게 지원합니다.
인실리코젠은 이러한 CLC Genomics Workbench Premium이 국내 감염병 감시 및 병원체 분석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분석 워크플로우를 제안하고, 실제 연구 목적에 맞춘 컨설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항생제 내성 분석과 관련된 CLC 활용 세미나에서 시작됩니다.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 분석이란?

항생제의 작용 표적과 내성 기전
(출처: 위키피디아)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세균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항생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살아남은 세균들이 약물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렇게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을 견뎌내는 성질을 항생제 내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내성은 어떻게 생길까요? 내성이 생기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어떤 세균은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약물이 제 역할을 하기도 전에 무력화시킵니다. 또 어떤 세균은 항생제가 공격하는 표적 부위 자체를 살짝 바꿔버립니다. 열쇠는 그대로인데 자물쇠를 바꿔 끼우는 셈이라, 더 이상 들어맞지 않게 됩니다. 들어온 약물을 펌프처럼 다시 밖으로 퍼내 농도를 떨어뜨리는 세균도 있고, 아예 약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능력이 대부분 특정 유전자에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균은 이 내성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줄 뿐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옆에 있는 다른 세균에게 직접 건네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종이 다른 세균 사이에서도 이런 유전자 주고받기가 일어납니다. 한 세균이 어렵게 얻은 생존 비법이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다는 뜻이고, 내성균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몽골, 그리고 항생제 내성
항생제 내성 분석이 실제로 절실한 현장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에는 한국과 몽골이 손잡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있습니다. 질병관리청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2023년부터 몽골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어온 협력 사업으로 국가 실험실 역량 강화부터 감염병 감시,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 구축까지 아우르는 사업입니다.

몽골 현지 풍경
(출처: 자체 촬영)
그렇다면 왜 몽골일까요? 몽골은 항생제 사용량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성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입니다. 따라서 내성의 흐름을 스스로 감시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 그만큼 절실합니다.
이 협력은 점차 더 정밀한 분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내성 진단을 넘어, 세균의 유전체 전체를 읽어 들이는 전장유전체(Whole Genome Sequencing, WGS) 분석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NGS 데이터를 다룰 소프트웨어가 필요했고, 그 선택지에서 CLC Genomics Workbench Premium이 낙점되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CLC는 국내에서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이미 활용하고 있어 신뢰성이 검증된 도구인 데다, 하나의 솔루션 안에서 다양한 미생물 분석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복잡한 코딩 없이 그래픽 환경에서 분석이 이루어지기에, NGS 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도 직접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교육의 무대가 된 몽골 NCCD (National Center for Communicable Disease)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국가감염병센터입니다. 감염병의 예방과 감시, 진단과 치료를 총괄하는 몽골 최상위 전문기관으로, 산하에 세균/바이러스 검사실 같은 전문 실험실을 갖추고 있고, 주요 감염병의 국가 단위 감시와 연구를 오랫동안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큰 흐름 속에서, NCCD 연구자들이 CLC로 직접 항생제 내성 분석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몽골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NCCD 교육 현장
몽골 NCCD에서의 교육은 이틀에 걸쳐 오전, 오후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CLC Genomics Workbench Premium을 활용해 직접 시퀀싱한 Salmonella spp. 균 NGS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실습 중심의 교육이었습니다.
교육을 수강하신 분들은 대부분 미생물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었습니다. 세균을 다루는 데는 누구보다 익숙한 분들이지만, NGS 데이터 분석은 아직 낯선 영역인 듯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면 가득한 염기서열 데이터 앞에서 다소 어색해하는 기색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한 분 한 분의 열정만큼은 분명했습니다. 낯선 도구와 분석 과정 앞에서도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고 잘 따라와 주셨고, 그 모습에 저도 덩달아 힘이 났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며 뜻밖의 고비도 있었습니다. 영어로 교육 자료를 준비해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영어 소통이 쉽지 않았는데, 한국어와 몽골어를 모두 구사하는 현지 직원 분이 동시통역을 맡아주신 덕분에 미묘한 분석 과정까지 막힘없이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몽골 NCCD (국가감염병센터, National Center for Communicable Diseases), CLC 교육 현장
(출처: 자체 촬영)
교육은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회사와 CLC Genomics Workbench Premium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풀고,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원시 데이터(raw data)를 다듬는 전처리 과정에서 출발해, reference 유전체에 데이터를 맞춰보는 reference assembly, 그리고 어떤 변이가 있는지 찾아내는 variant calling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미노산 변화(amino acid change)와 SNP tree를 통해 변이가 무엇을 의미하고 균주들이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살펴보았고, reference 유전체 없이 데이터를 처음부터 구성하는 de novo assembly 분석도 함께 다루었습니다. 이어서 균주를 분류하는 MLST typing, 유전체에 기능 정보를 입히는 annotation을 거쳐, 마지막으로 이번 교육의 핵심인 항생제 내성 및 병원성 인자 분석(AMR/VF analysis)까지 마무리했습니다.

CLC Genomics Workbench Premium 활용 분석 워크플로우 예시
(출처: 자체 제작)
제가 가장 마음을 쓴 부분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교육이 진행되는 그 자리에서 연구자분들이 확실히 손에 익히도록 돕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가 돌아간 뒤의 일이었습니다. 분석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는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고, 그때 막막함에 멈춰 서지 않으려면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나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씀드리며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솔루션의 사용법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솔루션이 현장에 온전히 남아 활용되는 것. 그것이 이번 교육에서 제가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한 마음이었습니다.
쉽지 않았던 점, 그리고 배운 것

열심히 설명 중인 인실리코젠 박찬수 사원
(출처: 자체 촬영)
돌이켜보면, 이번 교육이 마냥 순탄하게 흘러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언어였습니다. 교육 자료와 발표는 영어로 준비해 갔지만, 사실 제 영어가 완벽한 편은 아니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분석 과정이라는 게 사소한 단어 하나, 클릭 한 번의 순서까지 정확히 전해져야 하는데, 그걸 영어만으로 매끄럽게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또한, 연구자분들도 영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현장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분이 계셔서 잘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분석 기술 교육이라 해서 기술만 잘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옮겨내는 일도, 기술 자체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연구자분들과 제가 서 있는 출발점이 달랐다는 데 있습니다. 교육에 참여해 주신 분들은 미생물학에 정통한 연구자들이었지만, NGS 데이터 분석은 대부분 처음 접하는 영역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익숙한 개념도 그분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설명이 너무 앞서가지는 않는지, 어디서 막히고 있는지를 계속 살펴야 했습니다. 한 번에 이해되지 않으면 다른 말로 바꿔 설명하고, 화면을 함께 짚어가며 속도를 맞췄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내 지식을 쏟아내는 일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자리에서 다시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어려움을 넘게 해 준 것은 연구자분들의 열정이었습니다. 낯선 소프트웨어와 낯선 개념 앞에서도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따라와 주셨습니다. 그 진지한 눈빛들이 오히려 저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더 잘 전달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알려드리러 간 자리였지만, 정작 배움을 얻어 돌아온 것은 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인실리코젠, 연세대학교, 몽골 NCCD 관계자 단체사진
(출처: 자체 촬영)
이번 몽골 출장은 일정이 무척 빠듯했습니다.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오로지 교육에 집중하다 돌아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바쁜 와중에 마음에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교육 장소를 오가는 길에 마주한 몽골의 탁 트인 자연 풍경, 그리고 만난 NCCD의 사람들. 화려한 관광은 아니었지만, 그런 장면들이 있어 이번 출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루는 CLC 솔루션이 누군가에게는 낯선 데이터를 읽어내는 첫 솔루션이 되고, 또 한 나라가 스스로 항생제 내성을 분석하는 일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는 것. 그 쓰임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한 경험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낯선 솔루션 앞에서도 끝까지 따라와 준 NCCD 연구자분들,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교수님, 그리고 언어의 벽을 함께 넘어준 분들 덕분에 교육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교육이 작은 첫걸음이 되어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자료
- "Antimicrobial resistance", 2026년 6월 24일 접속, https://en.wikipedia.org/wiki/Antimicrobial_resistance
- "Mechanism of antibacterial resistance, strategies and next-generation antimicrobials to contain antimicrobial resistance: a review", 2026년 06월 24일 접속,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362070/
- "The Global Challenge of Antimicrobial Resistance: Mechanisms, Case Studies, and Mitigation Approaches", 2026년 6월 24일 접속,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284435/
- "Bacterial resistance to antibiotics: enzymatic degradation and modification", 2026년 6월 24일 접속, https://pubmed.ncbi.nlm.nih.gov/15950313/
- "P02 Horizontal transfer of antimicrobial resistance genes from Aeromonas salmonicida to Escherichia coli via conjugation", 2026년 6월 24일 접속,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258445/
- "National surveillance of antibiotic consumption in Mongolia", 2026년 6월 24일 접속, https://www.ijidonline.com/article/S1201-9712(20)30991-7/fulltext
- "Turkey Europe's biggest antibiotics user, Mongolia top consumer in world, WHO survey shows", 2026년 6월 24일 접속, https://www.dailysabah.com/health/2018/11/14/turkey-europes-biggest-antibiotics-user-mongolia-top-consumer-in-world-who-survey-shows

EDITOR
박찬수
iLAB · Junior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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