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눈, 비전 AI
사람의 눈과 뇌를 대신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 ‘비전 AI’를 아시나요? ‘비전 AI’는 컴퓨터와 시스템을 통해 이미지, 비디오 및 기타 시각적 입력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한 다음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작업을 실행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추천합니다. 최근 들어 ‘비전 AI’ 기술은 산업용뿐만 아니라 로봇, 의료, 보안 및 감시, 스포츠, 게임용 시장 등 그 적용 분야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andMarkets Research Private Ltd)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비전 AI 시장은 253억 2천만 달러(약 28조 4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비전과 비전 AI의 차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비전 AI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과 ‘비전 AI’라는 용어를 혼재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기술은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기술입니다.
컴퓨터 비전은 수학, 통계학 등의 방식을 활용한 명령(rule) 베이스 에서 시작하여 머신러닝과 딥러닝 학문의 통합이 합쳐지며 발전했고 아래 관계도에서 볼 수 있듯이 3개 학문의 발달로 비전 AI라는 특정 도메인(혹은 학문)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머신러닝, 딥러닝)으로 컴퓨팅하는 방식인데 이를 기존의 컴퓨터 비전에 접목하여 더욱 정밀하고 일반화된 성능을 갖춘 결과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은 2012년경에 출현한 머신러닝 기술로서 데이터 기반 학습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같은 센서 디바이스에서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면 스스로 학습합니다. 이는 마치 사람의 눈과 두뇌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구조인데, 이러한 비전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데이터와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사용하여 알고리즘이 학습됐는가입니다. 데이터의 종류와 처리 방법에 따라 알고리즘 학습 모델이 달라지고, 데이터의 질과 양에 의해 정확도, 민감도 그리고 재현율이 달라집니다.
알고리즘의 핵심, 데이터의 질을 높여라
2020년, 축산물품질평가원과 ㈜인실리코젠은 함께 “소도체 기계화 품질평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행하였습니다. 해당 사업에서 ㈜인실리코젠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수행하였습니다.
촬영 보조기를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AI 비전으로 추적 및 데이터화 시키고, 해당 데이터를 품질 지표에 대조하여 결괏값을 모바일 앱으로 볼 수 있도록 구상하였습니다. 즉, 평가사분들이 들고 다니며 품질평가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여기서 촬영 보조기가 해야 하는 역할은 명확했습니다. 고품질의 이미지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촬영 보조기의 필요성
소도체 기계화 품질평가 시스템 구축 시 촬영 보조기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사용자가 촬영하더라도 동일 조건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제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촬영하는 환경이 일반적이지 않은 점들로 인해 촬영 보조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소도체 등급판정 시에는 배최장근의 등심 쪽 절개면을 평가사가 다양한 평가를 시행합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절개면의 높이가 성인 여성의 주먹이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낮아 촬영시 온전한 영상 데이터(이미지)의 확보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주관 측과 논의하여 절개면을 더 높여보려고 하였지만, 높이기 위해 많이 절개하게 되면 소도체 무게에 의해 분리되는 이슈가 있어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았습니다.
TF분들과 해외 평가사례와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하던 중 ‘잠만경의 원리’를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잠만경의 원리는 빛의 직진과 반사 성질과 평면거울로 상(물체)를 보았을 때 직접 눈으로 떨어져 있는 상을 보는 것과 같은 크기로 보이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원리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눈을 카메라의 렌즈로 치환하였을 때 소도체의 절개면을 상으로 두고 2개의 거울을 통해 좁은 각도를 파훼한다는 개념이었죠. 이러한 개념을 기본으로 소도체 장비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촬영 보조기 개발 과정
촬영 보조기의 제작 절차는 NPD(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로 개발하였습니다. 해당 프로세스는 [Research - Idea Sketch - 3D Modeling - Rendering - Mockup - 후가공] 순서로 개발되며,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 현장에서 사용성 테스트를 해보고 개선점들을 반영하며 버전을 상향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1단계: Research
설계를 진행하기 전 미국 또는 일본 등 유사 제품과 선행 프로젝트들을 찾아보며, 두 가지 방식이 있음을 인지하였습니다. 촬영기가 고정되어 있고 각 도체들이 이동하는 방식과 평가사들이 움직이며 촬영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평가사들의 업무수행 방식에 맞춰 2번째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설계조건에 대해 논의하며 정해나갔습니다. 보안상 상세사항은 제외하고 설계 필수조건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구분 | 요구사항 | 해결방안 |
사용성 | 도체의 높이에 의한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사용 시 피로감 증가. 또한, 현장 조명의 난반사, 도체의 그림자 등 주변 환경 영향을 받는 조명으로 인한 정확도 저해 요소가 존재하여 이를 해결방안 필요 | - 하드웨어(촬영 보조기)의 경량화 - 촬영 보조기 내부 자체 광원 탑재 |
일관성 | 촬영 시 작업자의 영향을 받는 데이터(일정하지 않은 각도, 거리 등)는 딥러닝 모델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일관된 품질로 촬영할 수 있는 보조 도구가 필요 | - 하드케이스로 제작하되, 식품위생을 고려하여 식품에 사용 가능한 재질로 제작할 것 - 사전 논의된 각도로 제품 소형화 방안 적용 |
호환성 | 등심 영상 촬영 디바이스와 호환되는 형태로 설계되어야 함. | - 사전 논의된 전용 디바이스 크기에 기반한 거치대 제작 - 사용자마다 다르게 거치할 수 있는 점을 방지하는 거치대 형태 개발 |
설계조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경량화와 소형화였습니다. 아무래도 휴대하면서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평가사분들을 위한 조건이다 보니 요구사항들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하고 관련된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를 촬영하는 것은 물체의 상을 카메라에 내장된 이미지센서에 도달하게 해야 하는 것이므로 도달하게 하는 거리를 줄이거나 굴절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관건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착안한 방식이 잠망경의 원리였습니다. 잠망경은 두 개 이상의 거울을 통해 수면 아래에서 수평성 위를 관찰하는 반사식 망원경입니다. 즉, 반사 원리를 이용하여 도달하는 거리를 단축하거나 굴절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TF분들과 현장에서 촬영 시 필요 화각, 거리 등 촬영 보조기 제작을 위한 필요 테스트를 여러 차례 진행하였습니다.
2단계: Idea Sketch
이전 단계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간단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진행하였으며, 스케치에는 대략적인 광원의 위치와 쿨러의 위치를 배치하였습니다. (추후 광원의 위치는 별개의 테스트로 인해 변경됩니다.)
3~5단계: 3D Modeling, Rendering, Mockup
사업 기간 내 3D 모델링부터 제품 목업까지 여러 차례의 수정이 있었으며, 각 목업이 완성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하여 사용성 테스트를 하면서 촬영 이미지 품질과 사용성 향상을 목적으로 제품을 개선해왔습니다. 1차 모델의 경우 화각은 충족하나, 크기 또는 형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 2차 모델 제작 시 형태를 단순화 시켰고, 장시간 사용을 고려하여 그립감 있는 손잡이로 변경하였습니다. 2차 모델의 경우 최종본에 가까운 형태를 제작하였으며, 이때까지는 빠른 제작과 테스트를 위해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었습니다. 2차 모델 제작 시 반사 매질에 의한 상 굴절 이슈가 있었지만, 이는 TF분들의 도움으로 잘 해결하여 최종적인 모델까지 특별한 이슈 없이 잘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용성 테스트 후 거치대 개선, 비전 AI를 위한 레이블 개선 등 여러 개선사항을 반영해 3차 모델까지 완성하였습니다. 3차 모델의 경우, 특수가공 처리한 재질을 사용하여 식품 안전성을 고려하였으며, 보조 손잡이를 제외한 주요 형태는 확정되었습니다. 최종 납품한 모델의 사양은 1.66kg의 가벼운 무게와 5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 환경을 반영하였으며,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스트랩/보조손잡이 등)가 특징입니다. 그리고 저온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소재들로 구성되어 제품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6단계: 후가공
촬영 보조기의 바디 또는 손잡이는 식품에 안전한 소재로 후가공(finising) 사양을 지정하였습니다. 본 제품의 목적인 비전 AI를 위해서는 순도 높은 데이터 수집이 필수 조건인데, 해당 알고리즘에서 사용할 레이블을 장착이 필요했습니다. 바디와 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제작하였으며, 육색 판별에 가이드 될 빨간색과 흰색 격자 그리고 이미지 Prediction을 위한 사방 삼각형이 큰 특징입니다.
납품 전 다양한 분석을 통해 품질 체크
앞서 말씀드린 요구사항을 되새겨보자면, 촬영 보조기를 이동하며 사용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촬영 보조기는 정밀함이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기에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가 필요했습니다. 데이터사이언티스트와 함께 해당 검증을 진행하였고 테스트 항목은 재현성 평가와 영점구간 분석 평가였습니다. 재현성 평가란 같은 대상을 두고 특정 행동을 하였을 때 같은 값이 재현되는가가 초점인 평가입니다. 즉, 촬영 보조기가 1~10번까지 있다면 1번 기기로 촬영한 예측값과 나머지 기기로 촬영한 예측값이 모두 같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ICC(급내상관계수) 분석을 통해 검증한 결과 대표적 지표인 등심 단면적의 경우 정확도 99.3%로 ICC 평가 기준표상 Excellent 일치도를 확보하였습니다.
다른 평가는 영점구간 분석 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용 중 기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알고리즘의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비전 AI 특성상 잘못된 학습을 범할 수 있어서 기기 사용 전에 기기의 문제가 있는지 판별하기 위한 영점구간의 지정과 해당 지정을 위한 분석 평가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주관 측과 마스터 이미지를 선정하고, 해당 구간에 대한 정확성 평가를 위해 마스터 이미지를 각 등심 단면적 별로 제작하였습니다.
마스터 이미지를 제작한 뒤 N회 반복 촬영 후 얻어진 표본들을 바탕으로 표준 정규 분포를 가정하여 유의 수준(alpha = 0.01)에 대한 모평균의 99% 신뢰 구간을 결정하였습니다. 즉, 기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시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였습니다. 조금 더 상세히 말하자면 해당 장비의 10회 이상 반복 촬영 후 반복 값의 평균을 내었을 때 그 값이 장비 신뢰 구간 내에 들어간다면 납품 시 기준으로 설정한 지표분석 정확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사용하면 되고, 반대로 신뢰 구간에서 벗어나 수리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바이오 빅데이터의 리더, ㈜인실리코젠에는 분석과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경험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노하우가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드린 사례와 같이 하드웨어를 만든 경험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각 전문가(광원, 제품설계 등)의 조언과 더불어 TF 분들의 목표 달성을 위한 열정이 하나의 제품을 만들었으며, 그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7월 6일, ㈜인실리코젠은 설립 이후 최초 하드웨어 관련 특허를 등록하였습니다. 아직 시제품 단계이기에 개선해야 하는 지점들도 많지만, 주어진 기간 내 최선을 다했고 유의미한 결과를 거둔 프로젝트라 생각됩니다.
품질평가와 관련된 ㈜인실리코젠의 새 소식으로 지난 7월 17일, 주관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새로운 연구용역 ‘쇠고기 근내지방 섬세지수 개발 연구용역’을 수주하여 한층 더 발전하고 객관성 있는 품질평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전 사업 경험을 되살려 더 좋은 지표를 만들어 내리라 믿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https://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306182146025
- https://www.megaailab.com/post/인공지능의-꽃-비전ai의-파워
- https://www.ibm.com/kr-ko/topics/computer-vision
EDITOR
이용태
FLEX Dept. · Senior UX·UI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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