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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2023. 8. 21. 08:51

꿀벌

색색의 꽃들이 예쁘게 피면 함께 나비와 꿀벌도 늘어나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요. 벌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면 온몸에 소름이 확 돋는 저는 늘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는 편인데 꿀벌이 사라졌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그래 난 벌이 너무 싫어. 꿀이야 안 먹어도 그만이지!’라고만 생각했지, 그 심각성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하원 길에 “엄마 벌은 꽃에 있는 꿀을 따. 그리고 꽃에 있는 꽃가루를 옮겨 줘. 그래야 열매가 나! 벌은 참 좋은 애야!” 라고 말하는데 저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꿀벌 수의사 허주행씨 (출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https://www.dailyvet.co.kr/news/etc/191060)

더불어 얼마 전 유퀴즈에서도 꿀벌 수의사 허주행씨가 출연해 화제였는데요, 허주행씨는 질병이 의심되는 꿀벌이 있는 양봉 농장을 방문해 꿀벌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한다고 하네요.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꿀벌 실종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하였습니다. 한국양봉농협에 따르면 2021년 겨울만 해도 한국 조합원 농가 봉군의 60%가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정말 큰 일입니다.

 

꿀벌
꿀벌이 따온 꿀을 먹는 곰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871461&memberNo=541939 , 앙쥬)

 

사라진 꿀벌 

2006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꿀벌 실종 사건이 처음 보고되었습니다.
일명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었는데,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은 꿀을 구하러 간 일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애벌레가 집단으로 죽어 벌통 안에 일정하게 유지돼야 할 꿀벌 개체 수가 부족해 군집이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 이후로 꿀벌 실종 사건은 미 전역으로 퍼졌고 이제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의 꿀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꿀벌
꿀벌 군집의 규모 (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88305 , Bee Informed)

꿀벌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확한 이유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아래의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지구 온난화
지구 온난화 (출처: pixabay무료이미지)

 

기후 변화

제일 큰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언제부터인가 봄가을은 짧아지고, 한주는 여름이었다 한주는 겨울이었다...,

날씨가 종잡을 수 없게 됐죠.


벌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인데 가을철에 저온현상으로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기온 때문에 월동해야 할 벌들이 외부로 나가 채집 활동하면서 체력이 소진되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꿀이 제일 많이 생산되는 시기인 5~6월에는 폭우나 강풍 등의 영향으로 꿀을 제대로 먹지 못해 꿀벌의 면역이 약해졌고 따뜻한 겨울 기온 때문에 여왕벌이 이른 산란을 해 꿀벌 기생충인 응애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습니다.

 

환경오염
출처 : 인천동구청블로그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수십 년 안에 전 세계에서 2만 종의 꽃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생태계는 화분 매개 동물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의 발달을 촉진합니다.
실제로 진드기의 일종인 꿀벌응애는 꿀벌의 체액을 먹으며 바이러스성 질병과 박테리아를 퍼뜨리는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3년 내 벌통이 폐사하게 됩니다.

 

대기오염 또한 꿀벌의 생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기 중에 퍼진 오염물질은 꽃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생성하는 화학물질의 확산을 방해하고 냄새의 흔적을 지워 곤충의 먹이활동을 어렵게 합니다.

 

꿀벌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 중단을 호소하는 벌 (출처: 서울환경연합)

 

살충제 사용

고양이, 물고기, 쥐, 토끼, 새, 지렁이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살충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방향감각 상실, 기억력과 뇌 장애 등을 유발하며 심하게는 개체를 폐사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으로 지목돼 서구권 등에서는 금지 농약으로 지정됐지만, 국내에서는 개화 시기에만 사용하지 못할 뿐 드론으로 광범위하게 살포되고 있습니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살충제는 해충뿐 아니라 익충까지 독성에 노출되고, 살충제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꿀벌은 면역 체계가 약해져 비행 능력이 감소하고 수명까지 단축됩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게 왜 문제가 될까요?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벌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대 농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돕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꿀벌이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만 해도 6조 원 이상으로 추정돼 화분 매개 동물 중 가장 경제적 가치가 높습니다.
이런 꿀벌이 사라지면 사과, 딸기, 고추, 커피, 아몬드 등 다양한 농작물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식물을 주식으로 하는 가축들도 식량을 잃게 되어 먹이사슬의 최상위인 인간도 위협받게 됩니다.

"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란 말은 흔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게 누구의 경고였든지 간에 그 말의 무게가 크게 다가오는 건 한 종의 위기가 아닌 생물 전체의 위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며

2017년 UN에서는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하면서 꿀벌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수가 많이 감소하면서 멸종위기가 우려되자 꿀벌을 대신할 로봇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과연 완벽한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할 수 있을지 고민해봄과 동시에 물티슈 한 장을 너무 쉽게 뽑아 쓴 것은 아닌지, 덥다고 에어컨 온도를 너무 쉽게 내린 것은 아닌지 반성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참고자료


EDITOR

오혜진

Management Support Team ·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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