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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낯설지 않은 파킨슨병

2023. 7. 10. 08:59

파킨슨병

人Co Culture Day 통해 ‘오토라는 남자’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원작인 ‘오베라는 남자’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혼자 사는 까칠한 이웃 남자 ‘오토’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일어나는 이웃들과의 사건들로 살아나갈 이유를 찾게 되는 내용입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중 한 사건이 저에겐 너무도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오토’의 이웃이자 절친한 친구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큰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가깝게 다가온 포인트는 ‘파킨슨병’이었습니다.

 

오토라는 남자
영화 오토라는 남자 포스터 (출처: https://www.facebook.com/Sonypictureskr/photos/a.400209879999555/6295674120453072/)

몇 년 전, 고혈압이 있으셨던 저희 아버지께서는 몸이 더욱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큰 병원에 진료받으러 가셨습니다. 의사가 내린 진단은 다름 아닌 ‘파킨슨병’이었습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병명이었습니다. 평소 손과 발을 많이 떠시고 몸의 자세가 좋지 않으셨던 이유가 바로 ‘파킨슨병’ 때문이었던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이 병은 완치되는 병이 아닌,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였고, 그때부터 아버지께서는 계속 약을 드시면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오토라는 남자’를 보면서도 기억하지 못하는 병명일 뿐이었을 것입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병이지만 이제는 너무도 가까이에 와버린 ‘파킨슨병’에 대해 알리고자 이 블로그를 작성합니다.

 

 

파킨슨병이란 무엇인가?

파킨슨병은 안정떨림, 운동 완만(서동), 경축(경직) 등의 운동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이란 신경 세포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 소멸하게 되어 이로 인해 뇌 기능의 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을 의미합니다. 파킨슨병 이외에도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헌팅턴병, 척수소뇌실조증, 근위축측삭경화증(루게릭병) 등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은 이 병을 처음으로 기술한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습니다.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 손 떨림, 근육 경축, 보행 이상, 구부정한 자세 등의 특징적 양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떨림 마비’라는 이름으로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이 병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에서 파킨슨병 환자들의 증상은 마비가 아니라 동작이 느려지는 운동 완만입니다.

 

 

파킨슨병의 원인

흑질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이 어떤 원인에 의하여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파킨슨 환자는 파킨슨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가족 중 일부에서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가족력 및 뚜렷한 유전자 이상 없이 파킨슨병이 발생하며,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나,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아직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파킨슨병의 증상

1. 운동증상

파킨슨병의 주요 4대 증상은 안정떨림, 경축, 운동 완만 및 자세 불안정입니다.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에는 일부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안정떨림, 경축, 운동 완만 등의 증상은 한쪽 팔다리에서 시작되지만, 병이 진행하면 반대쪽에도 증상이 나타납니다.

 

파킨슨병
파킨슨병의 주요 운동증상 (출처: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809)

파킨슨병의 증상은 중등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합니다.

  • 1단계: 증상이 어느 한쪽으로 국한된 경우
  • 2단계: 증상이 양쪽 팔다리에 모두 나타나지만,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경우
  • 3단계: 증상이 양쪽 팔다리에 모두 나타나고 균형의 유지가 어려워 보행에 지장이 있는 경우
  • 4단계: 3단계의 증상이 매우 심하지만, 어느 정도의 독립적인 움직임이나 활동은 가능한 경우
  • 5단계: 독립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로 휠체어나 침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경우

 

파킨슨병
파킨슨병 단계별 증상 (출처: http://www.khna.or.kr/homecare_new/04_nerve/parkinson06.php)

2. 비 운동증상

파킨슨병은 운동증상 이외에도 인지장애 및 신경정신 증상(우울, 불안, 무감동, 피로, 환각 및 망상, 충동조절장애), 수면 이상(불면, 렘수면행동장애, 과도한 주간 졸림증, 수면발작(sleep attack), 하지불안증후군), 자율신경계 증상(변비, 소변 장애, 땀 분비 이상, 기립성 저혈압, 성기능 장애), 감각 증상(후각기능 저하, 통증) 등의 다양한 비 운동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비 운동증상은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운동증상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병의 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후각 기능 저하나 렘수면행동장애의 경우,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시작되기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병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의 진단

아직은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뇌 영상 검사는 없으며, 뇌 조직검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과 레비소체가 확인되어야 파킨슨병으로 확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을 확진하기 위해 뇌 조직 생검을 하는 것은 환자에게 이득보다는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임상 증상과 경과를 근거로 진단하게 됩니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를 한 번 보고 진단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파킨슨병과 비전형적 파킨슨 증후군은 질병의 초기에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약에 대한 반응이나 병의 진행 정도, 동반된 다른 증상들이 있는지를 관찰하여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수년간의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되기 때문에 의사가 병의 경과와 특성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께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진단이 가능할 때까지 환자와 보호자가 주치의를 신뢰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파킨슨병의 치료

파킨슨병은 중간뇌에 존재하는 흑색질 세포가 소실되면서 나타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중추 신경계 질환입니다. 흑색질 세포는 두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는데, 이 도파민은 뇌 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흑색질 세포 소실로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면, 환자는 결국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에는 도파민 전구물질인 `레보도파`(levodopa, L-Dopa)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입니다. 치료제로 도파민 대신 도파민 전구물질을 쓰는 이유는 도파민이 혈액과 뇌 조직 사이에 있는 혈액-뇌-장벽 (BBB, blood-brain-barrier) 때문에 뇌로 공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파민과는 달리, 도파민 전구물질인 레보도파 제제는 이 혈액-뇌-장벽 (BBB)을 통과할 수 있고, 뇌에서 도파민으로 대사되어 바뀝니다. 하지만 이 약품을 장기적으로 계속 복용하면, 소모성 효능 종료 현상이나 이상운동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 밖에도 도파민 효능제, 항콜린 제제, COMT 효소 억제제, MAO-B 효소 억제제, 아만타딘 등이 있지만, 모두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약품들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직도 파킨슨병 진행을 막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 해결을 위해, 국내외 많은 회사가 증상 완화를 넘어 근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 중 그동안 가장 많이 주목받았던 것은 `알파 시뉴클레인` 가설에 기반한 신약 개발입니다.

 

뇌에는 도파민을 조절하기 위해 모노머(monomer) 상태의 알파 시뉴클레인이 존재하는데, 어떤 요인으로 인해 이들이 서로 결합해 루이소체를 형성하면 독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루이소체의 독성이 축적되면서 시냅스에서는 도파민이 형성되지 않고 환자는 점차 운동능력을 잃어 갑니다.

 

이 가설(서로 결합되거나 응집되어 더 이상 모노머로 존재하지 않는 알파 시뉴클레인이 파킨슨병의 원인)을 기반으로,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로슈(Roche)와 바이오젠(Biogen) 등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애브비(Abbvie) 경우에도 BioArctic으로부터 확보한 알파 시뉴클레인 항체를 이 회사와 같이 개발하는 협업을 그동안 하고 있었지만 최근 이 협업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알파 시뉴클레인 가설 기반 신약 개발이 순조롭지 못하자, 최근 알파 시뉴클레인 이외 새로운 기전을 중심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생활습관 관리

1. 운동

치료라고 하면 약이나 수술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치료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근력, 유연성, 지구력 등 신체적 기능이 향상되고 파킨슨병의 증상을 개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뇌의 도파민 세포의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어 파킨슨병의 진행 경과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운동은 기분과 수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병의 초기를 지나 중기로 접어들면 걷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어지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환자분들의 활동량이 점차 줄어들고,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약물만 복용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감소하여 근력이 저하되고 운동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몸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속적인 운동을 해야 합니다. 

 

2. 파킨슨병과 음식 

현재까지 파킨슨병의 치료나 증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은 없습니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킨슨병 환자분들에게는 변비가 흔하고 약물 부작용으로도 변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변비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변비와 기립성 저혈압에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파킨슨병은 누군가에게는 생소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익숙합니다. 물론, 나와 상관이 없는 병이라면 알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파킨슨병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습니다. 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되며, 혹은 나와 가까운 가족, 친구, 지인들이 앓고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파킨슨병이라는 것을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병이든 초기에 아는 것은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파킨슨병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버지의 모습, 행동을 보며 미리 의심해보고, 더 빨리 병원에 가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떨림 현상, 보행 이상, 구부정한 자세와 같은 모습들은 나이가 들면 충분히 보일 수 있는 증상이라고 생각했고, 파킨슨병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떠한 병의 증상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한번 읽고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이 파킨슨병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파킨슨병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EDITOR

박희철

Junior Developer · Bioinformatics System D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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