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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운동 DNA? 유전자와 운동 능력의 과학적 관계

2025. 3. 11. 08:23

 

운동 경기에서의 놀라운 기록들은 종종 선수들의 천부적 재능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 능력이 오롯이 타고난 재능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최근 연구들은 유전자가 우리의 체력, 지구력, 심지어 운동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스프린트나 마라톤과 같은 특정 스포츠에 유리한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의 유전적 프로필을 분석하면 자신의 체력적 소질을 더 잘 이해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운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예시로, 유전적으로 높은 근력과 회복력을 가진 사람은 무게를 드는 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뛰어난 지구력을 가진 사람은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링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춰 운동 계획을 세우면, 전문 선수들뿐만 아니라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에게도 운동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운동과 관련된 유전적 형질

유전적 형질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는 특징이며 눈 색깔이나 머리 색깔처럼 겉으로 보이는 특성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나 근육 발달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운동 능력은 근력, 유연성, 심폐 지구력, 근육 섬유 구성 등 다양한 형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 근력: 근육이 발휘하는 힘으로, 근육의 크기와 수축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로 고강도 운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 유연성: 관절이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으로, 근육과 결합 조직의 탄력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 심폐 지구력: 심장과 폐가 산소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으로,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근육 섬유: 근육은 속근(빠른 수축을 하는 근섬유)과 지근(느리게 수축하는 근섬유)으로 나뉘며, 각 섬유 유형에 따라 운동 능력이 달라집니다.

 

운동 능력과 관련된 대표적인 형질로 근육 섬유가 있습니다. 그 종류에는 빠른 수축을 담당하는 속근과 느린 수축을 담당하는 지근이 있습니다. 속근이 발달한 사람은 폭발적인 힘과 빠른 반응 속도가 필요한 스포츠인 고강도 단시간 운동(ex. 100미터 달리기, 높이뛰기 등)에서 유리합니다. 반면, 지근이 발달한 사람은 지구력이 요구되는 장시간 지속되는 운동(ex. 마라톤, 사이클링)에서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운동, DNA

속근과 지근 발달에 따른 적합한 운동

(출처: Health-Codes)

 

 

운동 능력과 관련된 대표 유전자 선발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식별하기 위한 멀티 오믹스 연구는 여러 방면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전장 유전체 분석(GWAS), 전장 전사체 분석(TWAS), 차등 유전자 발현 분석(DEG), eQTL 등은 운동과 유전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운동과 질병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Eynon, N. et al. (2013)은 운동 수행 능력과 유전적 요인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여러 연구를 검토하였습니다. 전장 유전체 분석, 마이크로RNA, 유전자 점수 기반 분석을 활용해 ACE, ACTN3, GDF-8, PPARGC1A, IL6 등의 유전자가 운동 능력과 연관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운동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유전자명(rsID) 관련 기능 운동 유형
ACE (rs4646994) 혈압 조절, 심혈관 기능 지구력 운동
ACTN3 (rs1815739) 근육 수축 단백질, 속근(Type II) 발달 단거리 질주, 파워 스포츠
GDF-8 (rs1805086) 근육 성장 억제 단백질 근력 및 파워 스포츠
PPARGC1A (rs8192678)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및 대사 조절 유산소 및 지구력 운동
IL6 (rs1800795) 염증 조절, 근육 손상 반응 지구력 및 근력 운동

Li-Jun Du, et al. (2024) 연구에서는 전장 전사체 분석, 차등 유전자 발현 분석, eQTL 등 멀티 오믹스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운동이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으며 심혈관 질환, 면역조절, 대사질환과 관련된 LDLR, APOB, FOXP3 유전자를 선별하였습니다.

 

운동과 질환에 관련된 유전자

유전자명(rsID) 관련 기능 관련 질환/운동 영향
LDLR (rs688) 저밀도 지단백(LDL) 수용체, 콜레스테롤 대사 심혈관 건강 개선
APOB (rs693) 지질 수송 단백질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
FOXP3 (rs3761548) 면역 조절 및 항염증 작용 면역계 균형 유지

 

 

운동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기반의 DTC 서비스

이러한 멀티 오믹스 연구로 선별된 대표 유전자를 바탕으로, 개인이 직접 DNA 샘플을 채취해 우편으로 보내면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건강, 조상, 운동 능력 등 다양한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 DTC (Direct to Customer) 서비스가 있습니다. 

23andMe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건강, 조상, 운동 능력 등 다양한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입니다. 과학적 연구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유전 정보와 생활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되는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운동, DNA

23andMe 유전자 리포트 예시

(출처: 23andMe)

 

해당 리포트에서는 Muscle composition을 평가하기 위해 ACTN3 유전자를 기반으로 유전자 검사를 수행합니다. ACTN3 유전자는 근육의 빠른 수축과 폭발적인 힘 발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lpha-actinin-3 단백질의 생산 여부를 결정합니다. 유전자 내 주요 변이(R577X, rs1815739)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두 가지 대립유전자인 C(기능성)와 T(비기능성)로 표기됩니다. 대립유전자는 부, 모 독립적으로 자녀에게 전달되며 그 조합에 따라 CC, TC, TT와 같은 유전자형으로 나타납니다.

 

23andMe 유전자 리포트 내 ACTN3 유전자 설명

(출처: 23andMe)

 

  • CC형: 두 개의 기능성 대립유전자(C)를 보유하여 alpha-actinin-3 단백질을 정상적으로 생산합니다. Eynon N et al. (2013).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형은 스프린트와 같은 폭발적인 힘과 빠른 근육 수축이 요구되는 운동에서 유리한 특성을 나타냅니다. 
  • CT형: 하나의 기능성(C)과 하나의 비기능성(T)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이 유형은 alpha-actinin-3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CT 형은 엘리트 파워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도 흔히 발견되며, 전반적인 근육 퍼포먼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TT형: 두 개의 비기능성 대립유전자(T)를 보유하여 alpha-actinin-3 단백질을 전혀 생산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빠른 근육 수축 능력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으며, TT형은 엘리트 파워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드물게 나타납니다.

East Asian에서는 CC형이 30.2%, CT형이 49.3%, TT형이 20.5%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운동, DNA

인종별 ACTN3 유전자 아형 비율

(출처: 23andMe)

 

 

유전적 요인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운동 처방

현재 맞춤형 운동 처방은 ACS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의 기준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람을 위한 연령별(어린이, 청소년, 노인, 임신 등) 운동 처방과 질환(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 만성 질환 등)을 가진 사람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처방은 운동 빈도(Frequency), 강도(Intensity), 시간(Duration), 유형(Type)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구성됩니다. 여기에 DTC 검사 기반의 유전적 요인을 추가하게 된다면, 더욱 정밀한 개인 맞춤형 운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사성 질환(당뇨병, 비만 등) 환자를 위한 운동 처방 예시

  • 처방 대상: 29세의 비만 환자, ACTN3 유전자 CC형
운동 유형 빈도
(Frequency)
강도
(Intensity)
시간
(Duration)
형태
(Type)
유전적 요인
유산소 운동 주 4~5회 최대 심박수 70~85% (고강도) 하루 30~45분
(HIIT 포함)
HIIT (30초 고강도-1분 저강도 반복), 러닝, 싸이클, 수영 등 속근 활용이 유리한 특성으로 인해
HIIT와 같은 고강도
유산소 운동에 대한 반응성이 높음.
 
체지방 감소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고강도 운동 지속 시간 증가 필요
저항 운동 주 3~4회 1RM의 70~85%
(고강도)
대근육군 대상
3~5세트,
6~12회 반복
프리웨이트(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
점프 트레이닝
속근 발달이 우수하여
고강도 근력 운동에 효과적 
근육량 증가 및 기초대사량 향상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
유연성 운동 주 2~3회 긴장이나 경미한
불편감을 느낄 때까지
10~30초간 정적
스트레칭,
2~4회 반복
동적 스트레칭
(운동 전),
정적 스트레칭
(운동 후)
고강도 운동 수행 시 부상 방지를 위해
충분한 유연성 운동 필수
식이조절 매일 하루
500~1000kcal 감량
주당 0.5~0.9kg
체중 감량 목표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 충분한 수분
섭취
ACTN3 CC형은
근육량 유지에 유리하므로, 
단백질 섭취(체중 1kg당 1.2~1.5g)를 충분히 유지하여 근 손실 방지

 

 

마치며

개인별 유전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운동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체력 향상을 넘어 부상 예방, 질환 관리,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훈련 방식, 영양 섭취, 회복 상태 등에 따라 운동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전자 정보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효과적인 훈련과 건강 관리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유전학과 운동 과학의 교차점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맞춤형 운동을 처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적의 운동 계획이라 해도, 궁극적인 변화는 꾸준한 실천과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 Eynon N et al. (2013). "Genes for elite power and sprint performance: ACTN3 leads the way." Sports Med
  • Li-Jun Du, et al. (2024). "The impact of exercise on gene regulation in association with complex trait genetics." Nature.
  • Williams, A. G., & Folland, J. P. (2008). "Similarity of polygenic profiles limits the potential for elite human physical performance." The Journal of Physiology.
  • Eynon, N., Hanson, E., Lucia, A. (2013). "Genetics and elite athletic performance: A roadmap for future research."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골격근과 운동(지근과 속근),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exercisephysiology.tistory.com/35
  • 운동 관련 유전자 200개... 한국인은 격투기에 유리해요,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3/10/10/57QACW4QAJCLJOSM5P5RJ7BHQ4/
  • 우리 애 유전자 축구선수가 딱이래"... 그 말 다 믿으세요?,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18&no=607970

EDITOR

박주희

Data Science Center ·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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