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길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쓰다듬고 싶어 집니다. 작년 가을, 흥덕 IT 밸리 건물 뒤편에서도 회색빛 털을 가진 한 고양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이 고양이는 사람을 잘 따르며, 직장인들에게 작은 힐링이 되어주었죠.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길고양이와 교감할 때는 건강 관리에 대한 몇 가지 주의사항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특히,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이나 예방책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욱 건강한 공존이 가능하겠죠.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 회색 고양이의 최신 소식도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흥덕 IT 밸리 출신 길고양이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woody_grey_silbi_park)
미생물에 대하여
생물의 범주 안에서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생명체인 미생물에 포함됩니다. 미생물에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가 포함되며, 일부는 유익하지만 병원성 미생물은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세균은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유산균처럼 유익한 것도 있지만 식중독과 파상풍을 일으키는 유해한 세균도 존재합니다. 곰팡이는 습한 환경에서 자라며 된장·치즈 발효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무좀·피부병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아 스스로 생존·번식할 수 없으며, 숙주 세포에 침입해 증식하며 감기, 독감, 코로나 같은 질병을 일으킵니다.
미생물의 크기
(출처: SUNY OER Services: Microbiology)
바이러스란 무엇일까요?
그중에도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위치하는 특이한 존재입니다. 생물체 밖에서는 독립적으로 생명 활동을 하지 못하며 단순한 물질 형태로 존재하지만, 숙주에 침입하면 활발한 생명 활동을 시작합니다. 바이러스 내부에는 유전물질인 RNA 또는 DNA가 포함되어 있으며, 숙주의 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는 세포 내 기작을 조작하여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단백질을 합성함으로써 증식합니다.
바이러스의 생물적 및 무생물적 특성
(출처: 한화생명 블로그 Life & Talk)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단일 종 내에서만 전파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숙주의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수용체)과의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S, Spike protein)을 이용해 숙주의 세포 표면에 있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2(ACE2) 수용체에 결합하는데, 종에 따라 ACE2 수용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부 동물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또한, 바이러스가 특정 종에서 반복 감염될 경우, 해당 종의 면역계가 항체를 형성하여 방어하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전파되려면 면역계를 회피할 수 있는 진화적 변이가 필요합니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침입하는 방식
(출처: ibs 기초과학연구원)
바이러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전적 변화를 일으키게 되며, 변이 바이러스를 생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높은 감염력을 가지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와 같은 다양한 변이형이 나타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변이는 바이러스의 생성 과정은 아래와 같으며 주로 두 가지 방식에 의해 발생하게 됩니다.
변이 바이러스의 생성 과정
(출처: 한경 BIO Insight)
-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작은 변화(오류)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변화가 축적되면서 기존 바이러스와 다른 특징을 가진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 유전자 재조합(Reassortment): 두 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되었을 때, 서로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이 섞이면서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바이러스,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까?
현재까지 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직접 전파된 바이러스 사례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역시 고양이를 통한 인간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이러스는 환경적 요인과 변이를 통해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일부 바이러스는 숙주를 변경하거나 변이를 거치면서 새로운 특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를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Zoonotic Virus)라고 합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동물과 인간 간 감염 가능성을 높이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가 일부 포유류에서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양이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2025년 2월 4일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의 고양이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일부 고양이가 감염 후 사망한 사례가 보도되었습니다.
특히, 국내 연구진들은 한국에서 고양이에게서 분리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SNU-01)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전자 재조합을 일으켰는지(유전자 조각이 서로 다른 바이러스에서 어떻게 섞였는지)와 고양이 바이러스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를 분석했습니다. 고양이에서 분리된 SNU-01 바이러스는 기존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색상으로 구분하여 나타냈으며, 아래 그림을 보시면 빨간색은 SNU-01에서만 발견된 고유 변이, 파란색은 SNU-01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조류 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된 변이, 초록색은 현재 아시아에서 유행 중인 대부분의 조류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변이를 나타냅니다.
한국에서 발견된 고양이(SNU-01)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변이와 고병원성 및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 재조합
(출처: Taylor & Francis Online: Emerging Microbes & Infections)
그러나 현재까지 고양이를 통한 인간 감염 사례는 없으며, 해당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이를 거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할 때는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고, 길고양이와 접촉한 후에는 손 씻기 등의 예방 습관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를 통해 고양이와 사람 모두 건강한 환경에서 공존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집고양이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신경, 근육병증으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이 병은 중추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근육이 긴장되고 뒷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증상을 나타냅니다. 심한 경우 고양이가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발생했으며, 이 질병은 '비틀거림 병'(Staggering Disease)으로 불려 왔습니다.
그동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수수께끼 질환으로 취급되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러스텔라 바이러스가 이 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먼저, 러스텔라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풍진(Rubella)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계통의 바이러스로, Matonaviridae(마토나바이러스과)에 속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29마리의 고양이 중 27마리가 검사법 중 적어도 두 가지 방법에서 러스텔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러스텔라 바이러스와 비틀거림 병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 면역조직화학염색법(IHC): 항원과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를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
- 제자리 혼성화법(ISH): 조직 내에서 유전자 분포와 양을 검출
-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러스텔라 바이러스 게놈과의 서열을 비교
고양이에서 발견된 러스텔라 바이러스(RusV) 유전체 서열의 나라 간(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비교
(출처: Nature Communications)
아직까지 러스텔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이나 특정 환경에서만 유행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비틀거림 병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종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양이의 건강 관리
길고양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존재이지만, 야외 환경에서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고양이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고양이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주기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반려묘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며, 길고양이와 접촉할 경우에는 기본적인 위생 수칙(손 씻기, 보호장구 사용 등)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고양이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백신과 해당 바이러스를 간략히 소개드리겠습니다.
백신 | 풀 네임 | 설명 |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 백신 (FPV) | Feline Panleukopenia Virus (FPV) | 이 바이러스는 매우 전염성이 강하며, 고양이의 백혈구 수치를 급격히 감소 시킵니다. 감염되면 구토, 설사, 탈수, 열 등이 발생하며, 새끼 고양이에게 특히 치명적입니다. |
고양이 허피스 바이러스 백신 (FHV) | Feline Herpesvirus (FHV-1) | 사람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입니다. 재채기, 콧물, 눈병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호흡기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
고양이 칼리시 바이러스 백신 (FCV) | Feline Calicivirus (FCV) | 이 바이러스는 입안의 염증과 폐렴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러 고양이가 있는 환경에서 쉽게 전파되며, 기침, 재채기, 입 주위의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백신 (FeLV) | Feline Leukemia Virus (FeLV) | 이 바이러스는 고양이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다른 질병에 쉽게 걸리게 만듭니다. 백혈병 및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침이나 코 분비물을 통해 전염됩니다. |
마지막으로
흥덕 IT 밸리에서 실비, 그레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온 이 회색 고양이는 현재 필자 집에서 함께 동거 중입니다. 2024년 첫눈이 내리기 하루 전, 인실리코젠 FLEX 이보람 책임님께서 따뜻한 임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한 달간의 고민 끝에 제가 입양하게 되었죠. 반려동물은 처음인지라 유경험자인 책임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이러스 항체 검사, 귀의 진드기 치료까지 책임님께서 진행해 주셨고, 고양이 필수 물품들도 많이 챙겨 주셔서 초보 집사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인스타그램을 확인해 주세요!
흥덕 IT 밸리 출신 길고양이 근황
(출처: 인스타그램 @woody_grey_silbi_park)
참고자료
- 바이러스란 무엇일까요?" - 바이러스의 정의,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lifentalk.com/2101
- 고양이가 걸린 바이러스로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5형의 고양이 감염 사례,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dailyvet.co.kr/news/prevention-hygiene/234076
- 고양이가 걸린 바이러스로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2025년 2월 10일 접속 -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형의 고양이 감염 사례,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2Njk0OSUyRmFydGNsVmlldy5kbyUzRnJnc0VuZGRlU3RyJTNEJTI2YmJzT3BlbldyZFNlcSUzRCUyNnBhc3N3b3JkJTNEJTI2cGFnZSUzRDIlMjZyZ3NCZ25kZVN0ciUzRCUyNnJvdyUzRDEwJTI2YmJzQ2xTZXElM0QlMjZzcmNoQ29sdW1uJTNEJTI2aXNWaWV3TWluZSUzRGZhbHNlJTI2c3JjaFdyZCUzRCUyNg%3D%3D
- 고양이가 걸린 바이러스로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형의 고양이 감염 사례,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180007.html
- 고양이가 걸린 바이러스로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 고양이에서 분리된 조류 인플루엔자의 유전자 재조합 국내 연구 사례, 2,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2221751.2023.2290835
- 고양이가 걸린 바이러스로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 고양이-인간의 인수감염바이러스 사례,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28301&ref=A
- 고양이가 걸린 바이러스로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고양이-인간의 인수감염바이러스 사례,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nytimes.com/2024/12/11/health/bird-flu-h5n1-cats.html)
-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 러스텔라 바이러스와 고양이의 비틀거림 병 연구 사례,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6204-w
-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 러스텔라 바이러스 설명, 2025년 2월 10일 접속,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1141406.html
EDITOR
박소희
Data Science Center · Ju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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