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조 시장이 말하지 않는 진짜 항노화 전략
노화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에서는 '노인'을 연륜과 지혜의 상징으로 보기보다는, '낡음' 혹은 '꼰대'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늙고 싶지 않다'라는 집단적 욕망을 자극하였고, 그 결과 전 세계 항노화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779.6억 달러(한화 약 104조 원) 규모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군이 주름 방지(Anti-wrinkle) 제품이라는 점은, 항노화 시장이 주로 외형적 변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최근 들어 '저속노화'라는 새로운 건강 추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희원 교수의『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출처: 한빛)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를 필두로, 저속노화는 중장년층은 물론 M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저속노화를 내건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렌틸콩 햇반 제품이 출시되고, SNS 기반 저속노화 식단 커뮤니티는 6만 5천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할 만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속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그 의미나 실천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해가 존재합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법'이나 '외모를 관리하는 팁'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저속노화는 그보다 훨씬 깊이 있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개념입니다.
X (구 트위터)의 저속노화 식단 커뮤니티
(출처: X의 저속노화 식단 커뮤니티)
저속노화의 개념
저속노화는 '내재 역량(Intrinsic capacity)'이라 불리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함으로써,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삶의 방식입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병상에 오래 누워 지내는 시간을 줄이고 활력 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WHO가 최근에 만든 내재 역량이라는 개념은 유전자보다도 '삶의 방식'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정희원 교수의 저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은 저속노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노화에 대한 오해들을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오래 사는 법'이나 '동안으로 보이는 법'을 넘어, 어떻게 하면 즐겁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을지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특히 이 책은 다수의 의학 논문, 임상 연구,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한 건강 팁이 아닌 과학적 최신 근거에 기반한 저속노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입니다.
아래는 책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오해와 그에 대한 진실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속노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해 1: 맛없는 것 먹고 오래 살 바엔, 맛있는 것 먹고 일찍 죽는 게 낫다.
이 말은 저속노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우리는 흔히 '짧고 굵은 인생'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건강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는 대부분 '길고 고된 병상 생활'로 이어지며, 이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선진국 의료비의 50% 이상이 노인 의료비에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한 식사 습관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현저히 낮추며, 식습관과 생활 습관 전반에 선순환을 일으킵니다.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점점 자극적인 음식을 덜 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건강한 루틴은 우리 몸의 리듬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여줍니다. 자극적인 식단을 멀리하면 오히려 식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감각이 되살아납니다.
저속노화는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식재료를 즐겁게 맛볼 기회'입니다.
오해 2: 영양제로 노화를 막을 수 있다.
2024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국내에서만 6조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영양제는 결핍이 명확한 경우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인 2022년 NEJM의 VITAL 연구에서는 25,871명의 중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비타민 D를 5년간 보충했지만, 위약군과의 건강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영양제
(출처: ChatGPT 생성)
미량 영양소 전문가 도널드 매코믹 교수도 "특별한 질병이 없는 경우, 식사만으로도 대부분의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라고 강조합니다. 무심코 먹는 영양제는 실제 효과보다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에 가까울 수 있으며, 오히려 생활 전반을 점검하지 않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영양제를 챙기면서 스스로 '충분히 건강을 챙기고 있다'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미토호메시스(Mitohormesis)'라는 개념에 따르면, 적절한 강도의 스트레스와 활성산소는 오히려 노화 기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운동 부족 상태에서 항산화제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몸은 정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하며 반응하는 유기적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오해 3: 저속노화는 특정한 방식이 정해져 있다.
건강을 위해, 그리고 저속노화를 위해 운동과 식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접근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에 소개된 사례 중, 생채소를 매일 갈아먹고 하루 2만 보씩 걸었던 60대 남성이 있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컨디션이 좋았지만, 이후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그는 고단백 식단 없이 과도한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며 스스로 근감소증을 유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자에게는 오히려 언뜻 보기에는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식단인 '흰쌀밥'과 '육류'가 그에 대한 처방일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
(출처: 123RF)
이처럼 '저속노화 루틴'은 나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수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식이조절 또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와 신체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오해 4: 나이 들수록 운동은 관절에 해롭다.
골다공증 환자가 아니라면, 연골이 닳을까 봐 운동을 피하는 것은 근거 없는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연골은 사용하지 않으면 더 빠르게 퇴화합니다. 하루 8,000~10,000보의 걷기 운동만으로도 심장 기능, 인지 기능, 대사 기능이 향상되며,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증가에도 도움이 됩니다. BDNF는 신경 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고, 세포 간 연결을 강화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합니다.
또한 러닝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항노화와 관련된 DNA 서열인 텔로미어를 보호하고, 항노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의 활성을 2~3배로 증가시킵니다. 이는 뇌 건강과 회복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중요한 것은 무리한 고강도 운동이 아닌, 바른 자세로 실천하는 꾸준한 저강도 루틴입니다. 무릎 통증이 걱정되어 운동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방식과 강도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속노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
저속노화는 특정 영양제나 식품, 운동법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나는 나를 돌보는 사람이다'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내 삶의 구조를 재정비해 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노력이 아니라,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루틴의 전환이며, 절제를 통해 더 깊은 즐거움을 회복하는 방식입니다.
지속 가능한 건강이란, 단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넘어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회복하며, 더 오래 나답게 사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변화는 10년 뒤에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실천하면 몇 달 만에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과거에 저도 식단과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몇 년 동안 저를 괴롭히던 편두통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속노화는 결국 '잘 늙는 법'을 넘어, '잘 사는 법'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우리 각자의 일상 안에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속노화를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으로는 자신의 식단과 수면, 운동 루틴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단은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야 하며, 수면은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뇌 건강에 좋습니다. 하루 8,000보 이상 걷는 저강도 유산소 운동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저속노화 루틴
저속노화 루틴 5가지
(출처: ㈜인실리코젠)
오늘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저속노화 루틴 5가지를 소개합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지금 시작해 보세요!
마치며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저 또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마른 비만' 진단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편의점 요구르트나 과일주스 같은 당분 위주의 음식, 점심은 외식, 저녁은 떡볶이나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였죠. 운동은 회사에서 간헐적으로 계단을 20층 정도 오르내리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주 2회 PT와 식단 조절을 시작하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공복 혈당 수치가 30 가까이 낮아졌고, 인바디 수치도 정상 범위로 회복되어 마른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편두통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예전에는 매일 생각났던 자극적인 음식들이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생각날까 말까 할 정도로 욕구 자체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영양제를 하루에 6~7개씩 챙겨 먹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작 식단은 마음 놓고 아무렇게나 먹고 있었죠. 그런데 식단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양제를 과감히 줄이자 오히려 몸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컨디션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무엇보다 매달 지출되던 영양제 비용까지 줄어드니 일거양득이었습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것'을 무작정 섭취하기보다는, 내 생활 습관과 식단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진짜 건강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변화는 억지로 참거나 인내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닙니다. 몸이 스스로 건강한 방향으로 조절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절제하는 삶이 지루하거나 고통스럽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저속노화의 본질입니다.
저속노화 라이프 스타일
(출처: Den)
저속노화에 관해 보다 체계적인 정보를 원하신다면 정희원 교수의 대표 저서인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과 『저속노화 식사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식단, 운동, 회복 루틴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참고자료 참조)에서는 저속노화와 건강한 노화에 대한 다양한 실천 팁과 사례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더욱 이해를 돕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꿔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나의 하루에서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정희원 저)
- '나 아직 20대인데'… MZ세대가 저속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2025년 6월 4일 접속,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3260775b
- 2024 건강기능식품 시장 6조 440억 원대 추정… 구매 경험률 82.1% 기록, 2025년 6월 10일 접속, https://www.khff.or.kr/user/info/InfoBoardUserView.do?_menuNo=369&boardSeqno=10035&postsSeqno=119022
- Anti‑Aging Market Report 2025, 2025년 6월 4일 접속, https://www.researchandmarkets.com/reports/5766728/anti-aging-market-report
- Anti-aging Market Size, Share and Trends 2025 to 2034, 2025년 6월 4일 접속, https://www.precedenceresearch.com/anti-aging-market
- 정희원의 저속노화 채널, https://www.youtube.com/@slow_doctor
EDITOR
서재원
FLEX Dept. · 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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