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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마음의 열쇠는 장 속에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바꾸는 미래 의학

2025. 7. 1. 13:29

 

“왜 요즘 우울하고 집중도 안 될까?”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잘 안 오는 것 같아.” 
이런 증상들이 혹시, 장(腸)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장에서 공생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컬러로 표현된 현미경 사진

(출처: Eye of Science)

 

 

장과 뇌는 서로 소통한다: Gut-Brain Axis

장과 뇌는 멀리 떨어진 기관이지만, 신경계(특히 미주신경), 면역계, 호르몬계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망은 "장-뇌 축(Gut-Brain Axis, GBA)"이라 불리며,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경로를 통해 장내 미생물은 뇌의 기능, 감정,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장에는 약 500 ~ 1,000종, 총 100조 개에 가까운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 미생물 군집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부릅니다. 특히 대장에는 인체 전체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하며, 이는 장이 면역 및 신경계 조절의 핵심 장기임을 보여줍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과 뇌의 소통 메커니즘: GBA의 다중 경로

(출처: Physiopedia)

 

장내 미생물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뇌와 소통합니다. 

 

  • 신경전달물질 생성: GABA, 도파민, 세로토닌 등은 일부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 Enterococcus, Escherichia, Streptococcus와 같은 장내 미생물이 직접 생성하거나 그 전구체를 대사 합니다.
  • SCFA (Short-chain fatty acids): butyrate, acetate, propionate 등은 장점막 보호, 염증 억제, 세로토닌 분비 촉진 등의 역할을 합니다. 
  • 면역 신호 조절: 사이토카인(IL-6, IL-17 등)은 면역계를 통해 뇌신경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생물 단백질로 장을 젊게: 아커만시아의 새로운 가능성

Scanning electron micrograph of Akkermansia muciniphila

(출처: 위키피디아)

 

2024년 한국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장의 재생 능력을 높이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이 미생물은 기존에도 대사질환, 당뇨, 암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에는 구체적인 단백질 Amuc_1409의 작용 기전이 밝혀졌습니다. 

Amuc_1409 단백질은 장 줄기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손상된 장 조직의 재생을 유도해 노화나 항암 치료 등으로 인한 장 기능 저하를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인간과 마우스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 실험에서도 재생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대사 조절을 넘어서,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생리활성 물질을 분비하는 공생자임을 입증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기반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자폐증, 우울증, 통증까지: 과학이 밝힌 연결 고리

A systematic review of gut–immune–brain mechanism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출처: Physiopedia)

 

하버드 의대 허준렬 교수와 MIT의 글로리아 최 교수는 2017년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가 임신 중 감염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면역반응-뇌 발달 간의 상호작용 결과일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감염된 임신한 생쥐에서 증가한 면역 사이토카인 IL-17A가 태아의 대뇌 피질 발달에 영향을 주며, 이는 자폐적 행동을 유도했습니다. 반대로 특정 장내 세균을 제거했을 경우, 동일한 감염 환경에서도 새끼 쥐는 정상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5년 Neuron에 실린 연구에서는 섬유근육통 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무균 생쥐에 이식한 결과, 통증 민감도 증가, 신경 염증 반응, 대사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통증 조절에 직접 관여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우울증, 불안장애,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서도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과 특정 뇌 기능 장애의 연관성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산업으로 이어지는 도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역별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를 분석한 지도

(출처: 광주과학기술원)

 

이러한 과학적 발견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열고 있습니다.

 

  • 쎌바이오텍: 김치 유래 유산균을 이용한 대장암 치료제 'PP-P8' 임상 준비
  • 지놈앤컴퍼니: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분리한 ‘락토코커스 락티스’ 균주를 주성분으로 하는 위암·담도암 대상의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GEN-001' 개발 중
  • 셀트리온: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스와 마이크로바이옴 파킨슨병 생균 치료제 공동 개발 중

 

현재까지 상용화된 치료제로는 페링제약의 ‘레비요타’에 이어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가 있으며, 둘 다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CDI) 치료제입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2027년까지 약 2조 원(14억 6,53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내 장이 곧 내 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전략

장내 미생물 균형을 지키는 습관은 곧 뇌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다음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장-뇌 축 관리 전략입니다.

 

실천 항목 역할 요약 대표 음식 / 방법 장-뇌 축에 주는 효과
발효식품 섭취
(프로바이오틱스)
유익균 직접 섭취 김치, 된장, 요구르트, 청국장 유해균 억제, 장내 염증 완화,
세로토닌 분비 조절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유익균의 먹이)
식이섬유로 유익균 증식 귀리, 바나나, 마늘,
아스파라거스
유익균 성장 촉진, 장 점막 강화,
면역 균형 유지
트립토판 섭취
(세로토닌 전구체 확보)
뇌 신경전달물질 재료 제공 키위, 두부, 달걀, 닭고기, 치즈 기분 안정, 수면 개선,
스트레스 저항력 향상
스트레스 관리
(장과 뇌의 신경계 안정화)
자율신경 및 HPA축 조절 명상, 요가, 유산소 운동,
햇빛 쬐기
장내 염증 완화,
뇌-장 신호 회복, 집중력 향상
항생제 주의
(유익균 손상 방지)
장내 미생물 균형 보호 불필요한 복용 피하기
필요 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 병행
유익균 파괴 방지, 면역력 유지,
장-뇌 소통 경로 보호

 

  •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실제 살아있는 균주이기 때문에 보관 상태와 섭취 시점이 중요합니다. 
    •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도 많고, 공복이나 식후 등 섭취 타이밍에 따라 장까지 도달하는 생존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도와주는 간접적 지원군입니다.
    • 쉽게 말해, 프로바이오틱스가 씨앗이라면 프리바이오틱스는 그것을 키워주는 비옥한 토양입니다.
  •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는 유산균이 장에서 대사활동을 하며 만들어낸 유익한 물질이나 살아있지 않은 유산균 자체를 의미합니다.
    • 다시 말해 포스트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프리바이오틱스를 먹고 발효하는 과정 중 생산하는 유익한 대사산물과 미생물의 구성성분을 포함하는 제제를 의미합니다.
    • 대표적인 대사산물로는 단쇄 지방산, 항균 펩타이드, 세포 외 다당류, 세포벽 성분 등이 있습니다.
    • 살아있는 균이 아니라 보관이 편리하고, 장 건강 효과는 여전히 유지되며, 면역이나 염증 조절에도 효과적이라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열이나 위산에 약한 생균이 부담스러운 사람, 또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유아에게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또한, 장 질환 병력이나 항생제 복용 이력이 있는 경우, 포스트바이오틱스 중심의 장 건강 관리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트립토판(Tryptophan)은 뇌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serotonin)과 멜라토닌(melatonin)의 전구체로, 정서 안정, 수면, 스트레스 반응 등 뇌 기능에 깊이 관여하는 필수 아미노산입니다.
    •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으로 반드시 섭취해야 하며, 특히 장내 미생물군이 트립토판 대사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뇌 축의 핵심 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특히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제스프리 썬골드 키위를 하루 2개씩 4주간 섭취한 결과, 우울감은 34%, 기분장애는 38%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결론: 보이지 않는 공생자, 우리 정신의 열쇠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구분

(출처: Nutrione)

 

보이지 않는 장내 미생물들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조력자를 넘어, 우리의 감정과 행동, 기억력, 심지어 통증 반응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우리 정신의 든든한 공생자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자폐증, 우울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성 뇌질환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장 건강을 돌보는 일은 곧 뇌와 마음을 돌보는 일이 되었고, 매일의 식습관과 스트레스 관리, 프리바이오틱스나 포스트바이오틱스 같은 작은 선택들이 장-뇌 축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큰 변화보다는 오늘의 장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챙기는 한 끼 식사, 가볍게 걷는 20분 산책이야말로 우리 마음과 뇌를 위한 가장 따뜻한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 오늘도 이 글이 마음과 몸을 돌보는 작은 실천의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EDITOR

손효정

R&D Center · Se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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