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여름철,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대량 출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불편을 동시에 불러일으켰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수도권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것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는 러브버그 목격 사례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수원이나 용인처럼 수도권과 가깝고, 자연이 풍부한 지역에서도 이 곤충을 거의 볼 수 없었죠.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로,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함께 비행하는 모습이 흔해 ‘러브버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2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에서 처음 대량 출현이 보고되었으며, 2023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습니다.
징그러운 외형 탓에 불쾌감을 주는 벌레로 인식되었지만, 해충이 아닌 익충으로 분류되면서 러브버그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죠. 과연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이로운 존재일까요, 해로운 존재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낯선 생명체들과 어떻게 공존하며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의 암수가 함께 붙어 있는 모습
(출처: nate 뉴스)
해충일까, 익충일까?
러브버그를 해충과 익충으로 나누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과학적·생태학적 기준입니다. 이는 곤충이 생태계에서 맡는 역할과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데요. 예를 들어 농작물을 해치는지, 질병을 옮기는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사회적·정책적 기준입니다. 이는 대중의 인식이나 불쾌감, 생활 불편,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분류하는 방식이죠. 러브버그의 경우, 서울시는 처음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익충으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대량 출현으로 인한 시민 불편 민원이 커지자 해충 분류도 고민했으나, 환경단체의 반발과 생태적 역할을 고려해 결국 익충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러브버그가 익충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뛰어난 분해자 역할(유충): 러브버그 유충은 썩은 식물 잔해와 낙엽을 먹으며 유기물을 분해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생태계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화분 매개자 역할(성충): 성충은 꽃의 꿀을 먹으면서 꿀벌처럼 일부 수분을 도와, 생태계에서 작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으며, 독성도 없고 질병도 옮기지 않습니다. 다만 외모나 대량 출현 때문에 불편함을 주는 것뿐이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러브버그
(출처: 게티이미지)
수도권에만 나타나는 러브버그, 왜일까?
㈜인실리코젠이 자리한 광교는 호수공원과 하천길이 가까워, 도시 한복판이라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화제의 곤충, 러브버그는 이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흥덕 IT밸리처럼 자연이 풍부한 곳에서도 러브버그를 거의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러브버그의 국내 대량 출현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곤충이 어떻게 들어왔고, 왜 갑자기 이렇게 많아졌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주요 요인을 꼽습니다.
1. 기후변화: 온도 상승에 따라 곤충의 서식지가 북쪽이나 고지대로 이동합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70년쯤에는 한반도 전역에 러브버그가 퍼질 가능성이 큽니다.
2. 세계화와 외래종 유입 증가: 유전체 분석 결과, 국내 러브버그는 중국 동남부, 특히 산둥반도 개체군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비행기나 대형 선박 화물에 알·유충 상태로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입니다. 국내 최초 대량 발생이 인천과 가까운 은평구 봉산 일대에서 관찰된 점도 이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3. 생태계와 도시 환경 변화: 도시화로 인해 곤충의 서식지가 도시 근처로 가까워졌고, 천적 감소나 식생 변화 등도 러브버그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도시 조경이 곤충 생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대량 발생의 위험이 커집니다.
그렇다면 러브버그 자체의 특성은 어떨까요?
러브버그는 성충이 된 후 3 ~ 5일 정도만 활동하며, 이 시기에는 짝짓기를 위해 암수 함께 비행합니다. 대부분 특정 지역에 모여 집단생활을 하고, 넓게 퍼지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충은 낙엽이나 썩은 식물을 먹고 자라므로, 숲이나 과거 쓰레기 매립지 주변처럼 번식에 적합한 환경에서만 대량으로 출현합니다. 실제로 대량 출몰지인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는 북한산, 봉산 같은 큰 산과 난지도 매립지 등 러브버그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죠.
반대로 수원이나 용인처럼 비교적 도심 지역에서는 이런 대규모 서식 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량 출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즉, 러브버그의 수도권 집중 출현은 생태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도시와 벌레,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
러브버그의 대량 출현은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과 곤충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서울시는 2024년 대규모 러브버그 출현에 대응하며 화학적 방역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는데요,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는 유익한 곤충과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물리적 제거: 건물 외벽이나 차량에 달라붙은 러브버그는 고압 물호스나 분무기를 이용해 씻어내는 방식으로 제거합니다. 이는 벌레를 즉각적으로 치우면서도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방법입니다.
2. 가정에서의 유입 차단: 러브버그는 빛에 강하게 유인되는 특성이 있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방충망 점검·보강: 작은 틈이라도 막을 수 있도록 창문, 배기구, 현관 주변 방충망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 야간 조명 최소화: 불필요한 베란다·현관·정원 조명을 끄거나, 노란색·주황색 조명으로 교체하면 유입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출입문 주변 관리: 현관 불빛에 몰린 벌레가 따라 들어오기 쉬우므로, 출입문 근처에는 끈끈이 트랩이나 유인등 포집기를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3. 생활 속 대응책: 광원 유인 포집기, 끈끈이 트랩, 그리고 진공청소기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가정과 상가에서 이런 장비를 활용하면 화학적 살충제 없이도 빠르게 개체 수를 줄일 수 있었고, 시민 불편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단순히 불편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러브버그는 수명 주기가 약 2주로 짧아, 집중적인 물리적·예방적 방제만으로도 개체 수를 안정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화학적 방역 없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입니다.
제명호 숲길 러브버그 방제 현장
(출처: 삼육대학교 교양교육원)
새로운 벌레들의 등장
러브버그가 물러가자 이번엔 미국흰불나방과 대벌레가 도심과 산림에 등장했습니다. 산림청은 최근 미국흰불나방 예보 단계를 ‘주의’로 상향했는데요. 유충이 가로수와 조경수 잎을 갉아먹어 도시 경관을 훼손하고, 대량 발생 시 생활 불편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북·충북 등지에서는 대벌레 대량 출현 소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벌레는 곤충학적으로는 특별한 전염병이나 독성을 지닌 해충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주로 식물 잎을 갉아먹어 대량 발생 시 수목 생장을 저해할 수 있어 삼림 해충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로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기후 변화와 생태계 변화가 맞물리면서 매년 새로운 곤충 이슈가 생겨나는 모습입니다.
최근 대벌레 발생 지역에 방문한 유튜버 이충근
(출처: 유튜버 이충근)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도시 생태계
러브버그는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한 존재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친구입니다. 새로운 벌레들의 출현은 불청객처럼 보이지만, 이들 또한 기후변화와 도시화 속에서 생태계 균형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위의 미국흰불나방과 대벌레처럼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곤충도 있지만, 모든 곤충이 ‘해충’은 아닙니다. 어떤 곤충은 생태계의 순환을 돕고, 또 어떤 곤충은 그 자체로 자연의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모이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 해충에 관한 고찰, 2025년 8월 11일 접속, https://www.knu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00
- 러브버그 왜 많아졌을까, 2025년 8월 11일 접속,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207912.html
- 그들에겐 수도권이 천국이었다, 2025년 8월 11일 접속,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8364
- 러브버그 대발생...서울에만 생기는 이유, 2025년 8월 11일 접속,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165527
- 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대응을 위한 통합관리 방안, 2025년 8월 11일 접속, https://www.si.re.kr/bbs/view.do?key=2024100154&pstSn=2506260005
- 러브버그 없어지니...산림 훼손하는 '해충' 대벌레 대거 출몰, 2025년 8월 11일 접속, https://www.mk.co.kr/news/business/11386857
EDITOR
신다영
FLEX Dept. · 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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