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찾아오는 지독한 바이러스,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들어보셨나요? 겨울이 시작되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곤 하는데요. 독감은 감기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을 말합니다. 이런 호흡기 질환들은 주로 날이 춥고 건조한 겨울에 발생하기 쉬운데요. 올겨울 유행하고 있는 독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
인플루엔자를 알아보기에 앞서, 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바이러스는 핵산(DNA나 RNA)이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로 되어 있고, 숙주 세포에 기생하여 생존하는 생명체인데요.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된 일반적인 바이러스(virus) 외에, RNA만으로 구성된 바이러스의 유사체인 바이로이드(viroid), 핵산 없이 단백질로만 구성된 프리온(prion)이 존재합니다. 인플루엔자는 이 중 일반적인 바이러스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입니다.
그렇다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A형, B형, C형 독감을 들어보셨나요? 여기서 A, B. C는 무슨 의미일까요?
쉽게 말하자면, 이 알파벳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핵산의 구성에 따른 타입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NP(Nucleocapsid protein)와 M1(Matrix protein) 항원성에 따라 구분이 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표적인 외피막 당단백질을 가진 바이러스로, 표면은 우리의 세포막과 같이 이중 지질층으로 되어 있고 이 사이에 HA(Hemagglutinin, 헤마글루티닌)과 NA(Neuraminidase, 뉴라미니데이스)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존재합니다. 외피막 내부에는 M1 기질 단백질층이 존재하며, 기질 단백질 안쪽으로 유전물질이 NP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복제
바이러스가 복제되고, 복제되는 과정에서 변이가 생긴다는 사실은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어떻게 복제가 되는 것일까요?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는 다른 RNA 바이러스들과 달리 숙주 세포의 핵 내에서 발생하는데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를 만나면 표면의 외피막 단백질인 HA가 숙주 세포 표면에 있는 시알산(Sialic acid)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고, 숙주 세포의 세포질 내로 흡수되는데요. 이때 세포질 내로 들어간 바이러스의 핵이 산성화되면서 유전물질(RNA)과 단백질로 분해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내부에는 흔치 않게 8개의 RNA 절편이 존재하는데, 분해된 바이러스의 이온 통로가 열리면서 RNA 절편과 단백질이 숙주 세포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 후, 결합체를 형성하게 되고,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하여 핵산을 복제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게 됩니다. NA는 숙주 세포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빠져나올 때 바이러스를 세포에서 분리하는 작용을 하게 되며, 바이러스가 방출되고 나면 숙주 세포는 터져 죽게 됩니다. 이렇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복제되고 새로 생성되어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입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A, NA 두 개의 단백질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타나게 되고, HA에는 유전자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16가지의 서브타입(H1~H16), NA에는 9가지의 서브타입(N1~N9)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A형 바이러스에는 16 * 9 = 144가지의 서브타입이 존재하게 되고, 이들 조합 중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R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존재하게 됩니다. 이와는 다르게 B형 바이러스는 한 가지 종류로만 존재하여 A형보다 변이율이 낮고 증상이 미미하게 나타납니다. C형 바이러스의 경우는 한 가지 종류로 존재하지만, A, B형과 다르게 7개의 RNA 절편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증상
독감은 코, 목 또는 폐로 침투되어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근육통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을 동반합니다. 얼핏 보면 증상이 일반 감기와 비슷한데요. 감기는 콧물, 기침, 인후통 등의 국소적인 증상이 발생하지만, 독감은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의 전신적인 증상이 훨씬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감염된 사람의 기침, 재채기, 콧물 (비말 감염) 혹은 그 사람이 만진 물품(접촉 감염)이나 분비물로도 쉽게 전파가 되며, 짧은 며칠의 잠복기를 지나 1~4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단백질의 서브타입이 많은 A형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독감인 신종플루, 홍콩 독감, 스페인 독감은 모두 A형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A형 독감은 갑작스러운 고열이 발생하거나 두통, 관절통, 근육통, 콧물, 인후통, 기침 등 일반적인 독감 증상들과 함께 심한 무기력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도 동시 감염이 가능하며 전파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발생시킵니다. 특히나, 유아나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독감 증상이 장기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감으로 인한 폐렴이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더욱더 조심해야 합니다.
B형 독감은 A형과 유사하게 고열, 두통, 콧물, 인후통,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고열 이후 중이염 또는 폐렴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A형과 다르게 복통이나 구토 등 소화기 계통의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독성은 약하지만, 봄철에는 전염성이 강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C형 독감은 열, 마른기침, 비염, 두통, 근육통 및 무력감 등의 증상이 매우 경미하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인간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산발적, 소규모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치료
독감이 얼마나 유행하는지에 따라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인후 도말 검체를 이용하여 신속 항원 검사, RT-PCR 검사 등으로 확진합니다. 코로나와 같이 키트를 통한 검사는 보험이 되지 않아 금액이 비싼 편이지만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즘은 하나의 키트로 A형, B형 독감 검사를 한 번에 할 수 있으니, 독감이 의심된다면 꼭 병원에 가서 키트 검사해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A형 독감과 B형 독감은 구분 없이 치료법이 동일하다고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타미플루와 리렌자 같은 항바이러스제입니다. 두 가지 모두 증상 시작일로부터 2일 이내에 투약하면 독감의 총 지속시간을 1~1.5일 단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2차 세균 합병증이 확인되었을 때 항생제를 사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타미플루의 기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Tamiflu)의 작용 기작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타미플루의 성분인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NA의 저해제로 작용합니다. 숙주 세포 내에서 증식된 바이러스는 HA와 시알산 수용체가 결합된 구조로 세포 표면에 고정되어 있고, NA가 시알산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HA-시알산 수용체 결합 구조가 파괴되어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방출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알산 수용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오셀타미비어가 NA와 결합하게 되면 HA-시알산 수용체 결합 구조가 끊어지지 않고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와 같은 기작을 통해 오셀타미비어가 NA의 작용을 저해하여 바이러스 전파가 억제되고, 남아있는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로 인해 파괴되어 치료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예방
인플루엔자도 바이러스다 보니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비말 혹은 접촉 감염)되는데요. 격리가 의무는 아니지만 3~4일 정도는 전염성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독감에 걸렸다면, 가능한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통해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감은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질환이므로 평소에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채기할 때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도록 하며, 사용한 화장지는 버리고 손은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건강한 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 개인위생 관리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 영양 섭취에 신경을 쓰는 것이 가장 쉬운 예방법입니다. 다시 코로나도 유행하고 있는 만큼 마스크도 쓴다면 더더욱 좋겠죠?
관련 데이터베이스, GISAID
추가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GISAID(Global Initiative for Sharing All Influenza Data, GISAID)를 소개해 드립니다. GISAID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를 비롯하여 관련 의료 정보와 역학 정보를 모은 데이터베이스로, COVID-19로 유명해진 데이터베이스입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약 16,303,000개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서열이 등록되어 있고, 코로나 외에도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유전체 서열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유전체 서열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 변이율, 빈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통해 하위 변이 계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치며
이번 포스팅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및 증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겨울은 코로나, 폐렴 등과 동반하여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하게 겨울을 나려면 개인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습관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따뜻하고 건강하게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6200)
- 쿠키건강TV (https://blog.naver.com/kukihealth_tv/223280155302)
- Krammer F, Smith GJD, Fouchier RAM, Peiris M, Kedzierska K, Doherty PC, et al. Influenza Nat Rev Dis Primers. 2018;4(1):3. (https://doi.org/10.1038/s41572-018-0002-y)
- Davies BE. Pharmacokinetics of oseltamivir: an oral antiviral for the treatment and prophylaxis of influenza in diverse populations. J Antimicrob Chemother. 2010;65 supple 2. (https://doi.org/10.1093/jac/dkq015)
- Moscona A. Oseltamivir Resistance — Disabling Our Influenza Defenses. N Engl J Med. 2005;353(25):2633-2636. (https://doi.org/10.1056/NEJMp058291)
EDITOR
임유진
R&D Center · Ju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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