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에서는 한 장의 ‘단체 사진(UMAP)’ 속에서 하나의 세포 클러스터, macrophage를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UMAP은 누가 어디에 모여 있는지는 보여주지만, 그 세포 상태를 누가 이끌었고 어떤 신호가 오갔는지는 따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죠.
이번에는 시야를 조금 넓혀보겠습니다.
하나의 세포 타입을 깊이 보는 것에서 나아가, 여러 집단을 나란히 세워 비교하면 무엇이 보일까요?
이번 글의 주인공은 p53입니다. p53은 대표적인 종양억제 단백질로, 이를 암호화하는 TP53 유전자는 세포 주기 조절과 DNA 손상 반응, 세포 사멸 등에 관여하여 암 발생을 막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p53이 어떤 암에서는 원래대로 종양을 억제하고, 다른 암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돕는 방향으로 읽힌다면 어떨까요?

P53 유전자의 두 얼굴
(출처: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2 활용))
p53의 이런 ‘두 얼굴’을 확인하려면 여러 집단의 분석 결과를 같은 기준 위에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쪽에서는 켜지고, 다른 쪽에서는 꺼지는 경로가 무엇인지, 그 차이가 우연한 변화인지 반복해서 나타나는 패턴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폐암의 두 아형인 LUAD(폐선암)와 LUSC(폐편평 세포암)를 나란히 놓고, p53 관련 경로가 두 암종에서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연구 질문: p53의 역할은 암종에 따라 달라질까?
이번 논문의 핵심 질문은 단순합니다.
“폐암의 두 아형인 LUAD와 LUSC에서 p53 변이 상태에 따라 유전자 활동은 어떻게 달라지며, 그 변화는 두 암종에서 같은 방향으로 나타날까, 아니면 서로 다르게 나타날까?”
연구진은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기보다, 이미 공개된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분석에는 두 가지 데이터 출처가 사용되었습니다.
- cBioPortal: 암 유전체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 GDC Data Portal: RNA-seq 원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 포털
그리고 연구진은 환자를 p53 변이가 없는 WT 그룹과 p53 변이가 있는 Mut 그룹으로 나누고, 이 분류를 LUAD와 LUSC 각각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 네 그룹이 만들어졌습니다.
- LUAD-WT
- LUAD-Mut
- LUSC-WT
- LUSC-Mut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의 데이터만 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첫 번째로는 cBioPortal의 TCGA PanCancer Atlas 데이터를 사용해 p53 변이 상태, 임상 결과, 공발현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GDC Data Portal에서 RNA-seq 원시 데이터를 확보하고, DESeq2로 차등발현 유전자를 도출했습니다.
즉, 연구진은 출처와 분석 방식이 다른 두 데이터셋을 통해 p53 관련 경로가 LUAD와 LUSC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습니다. 이 점은 뒤에서 결과의 일관성을 해석할 때 중요해집니다.
같은 기준 위에 세워야 보이는 차이
여러 집단을 비교할 때 중요한 것은 “같은 기준”입니다.
각 그룹의 결과를 따로 보면, 어떤 경로가 중요한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암종이 실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정반대 방향을 보이는지는 결과를 나란히 세워야 분명해집니다.
이 논문에서는 각 그룹별로 분석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IPA의 Comparison Analysis로 한 화면에 비교했습니다.

Comparison Analysis 화면 예시 1
(출처: IPA 캡처 이미지)
Comparison Analysis는 새로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는 단계라기보다, 이미 분석된 결과들을 같은 기준 위에 놓고 비교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비교하려는 집단은 가능한 한 같은 임계값과 같은 분석 설정으로 준비되어야 합니다. 출발선이 같아야 색의 차이를 ‘집단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omparison Analysis 화면 예시 2
(출처: IPA 캡처 이미지)
결과는 히트맵 형태로 정리됩니다. 여기서 각 칸의 색은 경로의 예측 방향을 보여줍니다.
- 주황색 = 활성화(+) 경향
- 파란색 = 억제(−) 경향
- 색이 진할수록 방향성이 더 뚜렷함.
같은 경로가 한 집단에서는 주황색, 다른 집단에서는 파란색으로 나타난다면, 두 집단에서 해당 경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IPA를 사용하였을 때 단순히 “이 경로가 관련이 있다”에서 멈추지 않고, 활성/억제의 방향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실제 논문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p53 변이가 있는 환자군부터입니다.
변이 p53에서 갈라진 경로 신호
두 암종의 p53 변이 그룹을 나란히 비교하자,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LUAD와 LUSC에서 p53 발현과 연관된 신호경로의 활성화/억제 패턴 비교
(출처: Zhang et al., Biochem Biophys Rep. 2023;33:101404, CC BY-NC-ND 4.0 (Figure. 4))
LUAD-Mut, 즉 p53 변이를 가진 LUAD 환자군에서는 종양 억제 또는 종양 진행과 연관된 경로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복합적인 양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LXR/RXR 관련 신호와 Sonic hedgehog 관련 신호가 서로 다른 방향의 생물학적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LUAD-Mut에서는 함께 활성화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반면 LUSC-Mut에서는 뚜렷한 활성화·억제 신호보다는 제한적인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종양 억제성과 관련된 phagosome formation은 활성화 경향을, 종양 촉진성과 관련된 G-protein coupled receptor signaling은 억제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강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 결과는 변이형 p53이 LUAD와 LUSC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같은 p53 변이라도, 암종의 맥락에 따라 연결되는 경로와 생물학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상 p53에서도 달라진 경로 방향
이번에는 p53 변이가 없는 WT 그룹을 비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상 p53에서도 두 암종의 경로 방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LUAD와 LUSC에서 p53 발현과 연관된 신호경로의 활성화/억제 패턴 비교
(출처: Zhang et al., Biochem Biophys Rep. 2023;33:101404, CC BY-NC-ND 4.0 (Figure. 4))
LUAD-WT에서는 정상 p53이 비교적 본래의 종양억제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종양 촉진 경로인 ERK/MAPK 관련 신호는 억제되고, 종양 억제인자인 MST1 증가와 연결되는 신호는 활성화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LUSC-WT에서는 ERK/MAPK 신호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예측되어, 정상형 p53과 연관된 경로 역시 암종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p53이 정상 상태라고 해서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LUAD에서는 종양억제 기능을 유지하는 쪽으로, LUSC에서는 오히려 종양 촉진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해석된 것입니다.
이 지점이 이 논문에서 말하는 p53의 ‘두 얼굴’을 잘 보여줍니다. p53의 기능은 유전자 자체만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암종의 분자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다른 데이터에서도 반복된 반대 방향의 패턴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앞서 살펴본 결과가 특정 데이터셋에서만 나타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RNA-seq 기반 DEG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각 암종에서 p53 변이 환자와 정상 p53 환자를 비교해 발현이 달라진 유전자 목록을 만들고, 이를 다시 경로 수준에서 해석했습니다.
그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LUAD-DEG에서 활성화 경향을 보인 경로는 LUSC-DEG에서 억제 경향으로 나타났고, 반대로 LUSC-DEG에서 활성화 경향을 보인 경로는 LUAD-DEG에서 억제 경향을 보였습니다.

RNA-seq DEG 기반 비교: LUAD-DEG vs LUSC-DEG
(출처: AI 생성 이미지(Claude 활용))
예를 들어 면역세포가 이물질을 포획하고 처리하는 과정과 관련된 phagosome formation은 LUAD에서만 활성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세포 증식과 암 관련 신호와 연결될 수 있는 SPINK1 pathway는 LUSC에서만 활성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같은 p53 변이 기반 데이터임에도, LUAD와 LUSC에서 경로의 방향이 반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변이형 p53이 LUAD와 LUSC 모두에서 유전자 발현을 재구성함.
(출처: Zhang et al., Biochem Biophys Rep. 2023;33:101404, CC BY-NC-ND 4.0 (Figure. 5))
앞선 공발현 유전자 기반 분석과 마찬가지로, RNA-seq DEG 기반 분석에서도 두 암종의 경로 방향이 갈라지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데이터셋에서 같은 방향의 차이가 반복되었다는 점은, “p53 관련 경로가 LUAD와 LUSC에서 서로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비교를 통해 무엇을 더 읽을 수 있었나
이번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p53 관련 경로를 하나씩 확인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그룹의 분석 결과를 같은 기준 위에 놓고 비교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패턴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 방향의 차이: 두 암종의 분석을 나란히 세우니, 같은 경로가 한쪽은 활성화 경향으로, 다른 쪽은 억제 경향으로 나뉘는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 반복되는 패턴: 공발현 기반 데이터와 RNA-seq DEG 기반 데이터에서 유사한 방향 차이가 반복되어, 결과 해석의 일관성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유전자 발현과 경로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p53이 실제로 해당 경로들을 직접 조절하는지는 후속 실험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분석이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비교를 통해 단일 결과표에서는 보이지 않던 “방향의 차이”와 “반복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비교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글을 열며 p53의 ‘두 얼굴’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LUAD와 LUSC라는 두 암종을 나란히 놓고, p53 관련 경로가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비교의 대상은 두 암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지난 편에서 보았던 여러 세포 클러스터일 수도 있고, 약물 처리 전후일 수도 있으며, 서로 다른 시간대나 농도별 조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비교하든 핵심은 같습니다.
여러 분석 결과를 같은 기준 위에 나란히 세울 때, 한쪽에서는 켜지고 다른 쪽에서는 꺼지는 경로, 그리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차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데이터에는 또 어떤 ‘두 얼굴’이 숨어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새로 생산한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오래 보관되어 있던 microarray 데이터가 어떻게 다시 해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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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Zhang, Y., Williams-Villalobo, A., Godavarthi, J. D., Shakoor, F., Xiong, S., & Liu, B. (2022). Integrative bioinformatic analysis of p53 and pathway alterations in two different lung cancer subtypes. Biochemistry and biophysics reports, 33, 101404., 2026년 6월 17일 접속, https://doi.org/10.1016/j.bbrep.2022.101404
이미지 출처
- 이미지 출처 저작자: Zhang Y, Williams-Villalobo A, Godavarthi JD, Shakoor F, Xiong S, Liu B. (2022)
- 출처: Biochemistry and Biophysics Reports, 33, 101404, Figure O
- 라이선스: CC BY-NC-ND 4.0
- 편집 사항: 한글 번역 및 원본 이미지를 일부 크롭하여 사용함.

EDITOR
황주현
iLAB · Junior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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