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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EO's Message - (주)인실리코젠 설립 17주년을 기념하며

2021. 9. 30. 10:32

insilicogen 17th anniversary, 인실리코젠 17주년

 

㈜인실리코젠 설립 17주년을 기념하며

 

어느덧 人Co가 문을 연 지도 만 17년이 되었습니다. 저의 첫아이가 세상에 나온 즈음에 人Co도 출사표를 내민 것 같습니다. 우연히 인연을 맺은 네 사람이 한 친구(지금은 SI를 총괄하는 이 이사)의 집에 모여 회사명을 정했던 순간이 생각이 납니다. 저는 BlastGene이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현재 회사의 기술 이사인 김 박사는 insilico gen을 제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김 이사는 늘 기술 면에서는 시대를 앞서갔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협동, 협업, 협력


새로운 밀레니엄의 출발과 함께 국내외에는 Bio 붐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고, Bio Tech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기업에는 묻지마 투자가 이루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모든 것들이 정체를 드러내듯 Bio 기업에 대한 기대는 닷컴 버블보다 빠르게 수그러들었습니다. 많은 생물정보 기업들이 길을 잃거나 해체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시련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3~4년의 경험을 지닌 생물정보 전문가를 포함한 관련 종사자들이 들판에 나오게 되었고, 이러한 인재들을 모아 제대로 된 생물정보 전문기업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 ㈜인실리코젠의 출발이었습니다.

 

창업 초기의 기업들이 늘 그렇듯, 특히나 미래만 있지, 현재는 아무것도 없던 생물정보 시장은 돌아설 곳 없던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시련의 시작이었습니다.


밖으로 보이는 명분은 생물정보였지만,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조금이라도 회사 살림에 도움이 된다면 모든 일을 다 했던 시기였습니다. 하루 편도 2시간이 넘는 시간을 3년 넘게 지속한 이 이사와 박 선임 덕분에 SI 사업은 자리를 잡아갔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당시에는 너무나도 앞서갔던 Semantics 연구과제들을 수행했던 강 박사 덕분에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의 초석이 마련되었습니다. 늘 낙관적이고 도전적인 김 이사가 있어 늘 새롭게 주어졌던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포정해우(庖丁解牛)

 

growth, 성장


벤처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인 3년이 흐른 2007년과 2008년에는 새로운 인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경영을 꿈꾸며 교육자와 사회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 상무, 첫아이 출산 직후 새댁 내음이 가득했던 신 수석, 율부리노 같은 느낌을 주는 짧은 머리의 이 수석, 동네 친구라는 이유로 무작정 픽업되었던 임 상무가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창립멤버와 함께 人Co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반석으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4년간의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처음으로 회사 소유의 공간을 꾸미고 농촌진흥청이 가까이 위치했던 수원 고색동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이즈음에 주변의 벤처 캐피털로부터의 러브콜이 많아졌고 저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투자를 받고 자본 시장에 이름을 내미는 것이 맞는 것일까? 좀 더 내공을 다져야 하는 것일까?” 수백 번 되뇌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제 눈에 머문 두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안철수 님의 “영혼이 있는 승부”, 정문술 님의 “아름다운 경영”이었습니다. 두 분의 책 속에서 제가 가야 할 길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CEO처럼 탁월한 경영자는 될 순 없지만, 조직에 흐르는 고유한 DNA를 만들고, 기업과 사회가 하나로 어울려 갈 수 있을 때만이 법인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다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멤버들이 이어져 현재 자회사인 ㈜디이프의 핵심 가치인 데이터 식품의 초기 버전으로 insilico food 사업을 한국식품연구원과 수행하기 위해 신 이사가 동참하였고, 경쟁사에서 꽃다운 나이를 보낸 정 이사가 대전지사 설립을 위해, 대학원 석사과정을 갓 마친 애 띤 모습으로 생물정보 전문가를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 책임과 심 책임이 승선하였고, 석사과정 중에도 수업과 회사 일을 병행한 정 선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조기 입사한 송 선임, 멀리 강경에서 바이오 개발자를 꿈꾸던 이 선임까지 합류하였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회사에 머물며 핵심 엔진으로 성장하였고, 각 분야에서 차세대를 이끌어갈 리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멤버들은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길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10년 이상을 밀고 나가는 저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포정이 신기에 가깝게 소를 다루듯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노하우를 터득하고 세상의 많은 연구자와 소통하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광교(光敎) - 빛의 가르침

 

광교 호수 전경, 광교 호수 전망

고려를 건국한 왕건이 지나치며 바라본 산에서 섬광이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하여 광교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생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을 주기로 일정한 사이클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고색동에서의 5년은 人Co에게 많은 성숙의 시간을 주었고, 더불어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는 기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한우 유전체 해독에 대한 요청과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성원들의 열정과 인내로 인실리코젠이 진정한 생물정보 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우를 시작으로 우리 기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규 유전체를 해독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나온 수많은 노하우와 기술이 현재의 인실리코젠을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원과 시장의 성장. 이러한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했고, 광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지금의 흥덕IT밸리 29층이 최적의 장소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광교산, 산에서 발아해 내려오는 물줄기가 합류하여 잔잔히 머물러 있는 호숫물, 호수를 둘러싼 작은 산과 숲, 그리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바로 자연과 도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사람이 생활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란 판단이 들게 하였습니다. 층을 결정하면서 며칠에 걸쳐 20층에서 30층을 여러 차례 오르내리며 최적의 뷰(View)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이곳에 정착한 지도 7년이 흘렀습니다.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간다고 합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터전은 어떤 이에게는 가슴 떨리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한 공간이기도 한가 봅니다. 떠나는 사람도 있고, 새롭게 늘어난 식구들도 많아졌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습니다. 이젠 人Co에게도 한 단계 더 성숙한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되는 시기로 접어드는 느낌입니다.

 


아테네 학당(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르네상스 시대 3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림 속에 존재하는 많은 현인들, 그들의 표정과 행동, 멤버십과 재치 등. 늘 보면서 화가의 감성과 천재성에 감동하곤 합니다. 왜 화가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유클리드, 제논 등 철학자, 수학자, 천문학자 등 54명의 저명인사를 그려 넣은 것일까요?

현재 人Co는 자회사를 제외하고 54명의 인재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20년을 경영하면서 기업이 어느 정도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50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자연인인 사람이 수많은 기관들이 제대로 움직일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처럼, 법인도 기획자, 회계 및 인사 전문가 등 일반 업무 담당자, 브랜딩 및 디자이너와 그 기업을 대표하는 전문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있을 때 비로소 法人으로서의 기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아마도 라파엘로 또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카데미인 아테네가 50명 이상의 탁월한 전문가가 모여야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리란 그의 생각을 유추해 봅니다.

 

 

 

글을 마치며

 

짧게 적으려 시작한 글이 길게 늘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랜만에 과거를 기억하며 적은 ㈜인실리코젠의 역사가 바로 人Co를 살아 움직이게 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기록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만은 아닐 듯합니다. 

 

기업명인 인실리코젠이 너무 부르기 힘들어 인코, 인코 하던 짤 말에 사람 人과 Core의 Co를 조합하여 핵심 가치를 만들었듯, 우리 기업은 사람이 시작이고 끝인 조직이라는 평범하지만 가장 명확한 답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물정보라는 기술을 모태로 출발한 우리 회사는 이젠 Digital 藥食同源이라는 더 큰 포부를 갖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본문 속에 기록되지 못한 人Co 人들이 있어 소개합니다.

 

  • 바이오 실험실에 데이터 기반 연구 혁신을 일으키고자 출발한 iLab(insilico Lab)에는 용 선임, 김 주임, 조 주임, 김 주임2, EH C, JG C
  • NABIC, CODA를 넘어 대한민국의 생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대부분 설계한 BS 실에는 이 선임, 강 선임, 박 선임, 조 주임, SJ C, BJ C, SH C, 임 과장, 박 과장
  • 고추, 배추, 양파, 전복, 돌돔 등 35종의 신규 유전체를 해석한 자타공인 최고의 생물정보 전문가 그룹 RDC에는 MT 박사, 김 주임, 손 주임, 전 주임
  •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리딩하는 DSC에는 CM C, HI C, YI C, JY C, JH C, HY C
  • 식품 데이터를 통해 개인 맞춤형 식품 추천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D.iF에는 이 책임, 안 주임, 서 주임
  • 생물정보 기술과 문화를 대전을 중심으로 이남 지역에 전파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대전지사에는 양 수석, 홍 책임, 서 책임, 백 과장, HT C, MJ C, MJ C
  • 人Co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와 데이터를 세상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표현하는 IX 팀에는 김 주임, 이 주임, SS C, S C, JH C, JM C, TH C
  • 마지막으로 우리 人Co 人 모두가 자신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MS팀에는 이 선임, JB C

이렇게 모인 54명이 있어 ㈜인실리코젠의 미래가 기대되고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DITOR

최남우

대표이사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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