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정초가 되면 호랑이 그림을 곳곳에 붙였다고 합니다. 호랑이의 용감무쌍함에 기대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의 삼재로부터 보호받고자 했답니다. 또한 호랑이는 병난(兵難), 질병, 기근의 세 가지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습니다. 2022년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곧 일상이 회복될 것 같은 설렘은 호랑이와 우리 사이에 바로 이와 같은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귀여움이세상을구한다
#새해복많이받으세호
#당신은호랑이의행운을받았습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2022년 키워드를 "TIGER OR CAT"으로 제시하며 승자독식과 새로운 양극화의 상황에서 고양이처럼 울다 그칠 것인지, 아니면 검은 호랑이처럼 힘차게 포효하는 2022년이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음...호랑이는 되고, 고양이는 안된다? 이 글을 전국의 집사님들이 싫어합니다~~~)
사실 생물 정보학적 관점에서 호랑이와 고양이를 살펴보면 어마어마한 몸집의 차이에 비해서 서운할 정도로 두 유전체가 매우 유사합니다.
호랑이와 고양이의 서열 간 유사성은 95.6%로 매우 높아, 나머지 단 4.4%의 유전적 차이에 의해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음, 고양이와 다른데요, 같았습니다!
심지어 고양이는 유전체의 길이가 25.2억 염기(Felis_catus_9.0 기준)로 이루어져 호랑이의 24.1억 염기보다 더 크다고 하니, 몸의 크기와 유전체 크기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듯하네요(리뉴얼 전 人CoBLOG : C_value paradox 참고).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고양이와 닮은 듯 다른 호랑이, 유전학적으로는 어떤지 호랑이의 유전체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슬프게도 고양이띠는 없기 때문에 고양이 유전체와 관련해서는 생물정보 공유 위키 人CoDOM에서 일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人CoDOM : 유전체/고양이 참고 #12간지 #11간지유전체).
세계 최초의 호랑이 유전체 서열 해독
호랑이 유전체 서열은 24억 1,000만 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20,226개의 유전자를 갖는 것으로 2013년 국내 연구팀에 의해서 최초로 밝혀졌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2003년에 태어나 에버랜드에 살던 태극이는 DNA를 남겼습니다.
비록 그의 삶은 동물원에 한정되었으나 ATGC의 생물정보 데이터로 전 세계를 누비게 되었으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따봉태극아 고마워.
#건강검진인줄알았더니뜻밖의NC행
#호랑이계의BTS
#BTS보다태극이가먼저
#한류원조
#K유전체
태극이가 제공한 혈액에서 추출한 DNA를 이용하여 Illumina HiSeq2000 플랫폼의 paired-end와 mate-pair reads로 시퀀싱을 수행하고 SOAPdenovo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드 노보 어셈블리(de novo assembly)를 수행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방식은 DNA를 잘게 자른 뒤 그중에서도 100개의 짧은 염기서열(reads)을 읽은 후 서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reads는 contigs가 되고 다시 scaffolds로 이어져 완성됩니다.
그 과정을 비유하자면 마치 1cmX1cm로 이루어진 수천억 개의 퍼즐을 가지고 천지창조 천장화를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유전체 서열은 정답을 알지 못하므로 완성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맞추어야 하므로 더욱 어렵습니다.
#얘보다쉽다니
#어려운듯안어려운안쉬운예
Hi-C 등 기술의 발달로 염색체 수준에서의 유전체 해독이 손쉬워진 요즘에 비하면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방식이 아닐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체 해독에 성공한 연구진들이 현업 종사자로서 다시 한번 매우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누군가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소리를 할 때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만큼 호랑이와 고양이는 풀 보다는 육식을 매우 사랑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호랑이가 뜯어 먹어 호랑이 풀(타이거 허브)로 불리는 병풀이 있지만 이는 식사 대용이 아닌 장을 청소하거나 장운동을 돕는 등 치료의 목적 때문에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고양이가 캣닙(개박하)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까닭은 바로 캣닙의 네페탈락톤이라는 성분이 뇌 속 행복 경로를 자극하고 모기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Uneoyama et al., 2021).
그럼 이런 성향들이 모든 비밀을 쥐고 있다는 유전체에서도 확인이 될까요?
#내가원했던게이거잖아
#내가보고싶었던거이거
#귀여우니깐고양이
#주제랑상관없나
#예쁜게개연성
호랑이 유전체 해독을 완성한 후 연구진은 호랑이의 20,226 유전자와 고양이, 인간 등을 포함한 다른 포유동물의 유전자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동물들 간에 어떤 유전자가 공통으로 존재(보존)하는지, 혹은 각 동물이 처한 환경에 따라 어떤 유전자가 특별하게 발전(진화)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죠.
물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DNA가 동일함에도 DNA의 다른 메틸화 양상으로 인해 서로 다른 표현형을 보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표현형은 유전 정보로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호랑이의 고유한 행동 특성이나 고양이과에서 나타나는 다른 포유동물과의 차별성을 유전체 수준에서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호랑이에서 유전자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새롭게 얻어진 유전자들이 후각 수용 관련 유전자군(olfactory receptor activity, GO:0004984; G-protein coupled receptor signaling pathway, GO:0004871)에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고양이과 동물들이 그러하듯 호랑이 역시 서식 영역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짝짓기할 때 시각이나 청각보다 후각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니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고수에서 비누 향을 느끼는데, 유전자 분석업체 23andM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 OR) 중 하나인 OR6A2 유전자에 변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Eriksson et al., 2012).
이와 비슷하게 호랑이를 포함한 고양이과 동물들이 육식을 더 선호하는 이유를 후각 수용 및 특정 후각 물질에 의한 신호전달 체계의 작동 차이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단군신화에서 마늘과 쑥을 참지 못했던 호랑이의 모습은 매우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곰은 곰취라는 식물을 매우 좋아하여 곰취라는 이름마저 곰이 좋아하는 나물에서 유래하였을 정도라고 하니 후각 수용 관련 유전자를 서로 비교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조상님들통찰력무엇
#과학적
#사실적
호랑이에서 찾은 돼냥이 유전자
2019년에 Mittal 등은 시퀀싱 데이터를 다시 유전체에 맵핑하여 유전체 서열이 대표하는 염기와 해당 좌위에 맵핑된 시퀀싱 데이터의 염기가 다를 경우 시퀀싱 데이터의 염기 비율에 따라 대체하는 방식으로 유전체 서열의 염기를 일부 교정하여 업데이트를 수행하였습니다. 즉, 쉽게 말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보정 작업을 했습니다.
2013년 최초 공개될 때도 호랑이와 고양이의 유전체 서열 간 유사성은 95.6%로 매우 비슷했는데, 2019년에 한 번 더 업데이트되면서 차이가 더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 예로 신경 세포 사멸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유전자 중 하나로부터 생성되는 BEX3 단백질의 경우, 호랑이와 고양이 간 하나의 아미노산만 다를 뿐 매우 유사하다고 하네요.
인간의 삶에 매우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야생성을 잃지 않는 고양이에서 알 수 있듯이 고양이과 동물들의 길들지 않는 야생성은 주요한 특징입니다.
가정에서 집사를 부리는 고양이나 동물원에서 VIP 대우를 받으며 관리받는 호랑이 역시 야생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면 굶어야 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 탓인지, 여전히 폭식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Mittal 등은 업데이트된 유전체에서 다른 포유동물과 다른 특성을 보이는 호랑이의 AgRP 유전자를 확인했습니다.
섭식 행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AgRP (Agouti-Regulated Peptide) 유전자에서의 공통적인 변이가 호랑이, 고양이, 표범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실제로 AgRP는 배고픔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삭센다(Saxenda)®가 억제하는 주요 목표 유전자이기도 합니다.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AgRP 유전자의 공통적인 변이가 고양이과 동물들의 폭식증(Polyphagia)을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귀여우니깐고양이
#돼냥이는죄가없어
#또나만없지고양이
#폭식아니고야생적
#제MBTI는요
#AGRP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아 및 신경 발달과 분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notch signaling pathway에 속하는 유전자들의 진화 속도가 호랑이에서 특이적으로 매우 빨랐습니다.
진화 속도에 대해서 예를 들어 간략히 설명하면, 동일한 환경에서 살아가던 호랑이 무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A 유전자가 조금씩 다른 호랑이가 태어난 것입니다. 편의상 이 호랑이를 A+ 호랑이라고 하고, A+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에 비해 발이 빨라 사냥에 유리하다고 합시다. 어느 추운 겨울에 먹이 자원이 부족할 때 A+ 호랑이는 다행히 사냥에 성공하여 추운 겨울도 무사히 넘겼지만 다른 호랑이들은 굶고 또 굶다가 배고픔에 못 이겨 그만 도태되고 맙니다.
이에 따라 호랑이 집단의 유전자 풀이 A에서 A+로 변하는 positive selection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축적되면 생존과 번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겉모습 등 다양한 표현형의 차이를 초래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호랑이와 고양이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해 왔다면, 호랑이에서 특이적으로 빠른 진화 속도를 보이는 notch signaling pathway 관련 유전자들이 두 종의 차이를 설명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신경회로의 작동에 따라 섭식, 음주, 포식, 공격성 등이 조절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호랑이에서 특이적으로 진화한 이 유전자들이 호랑이의 특이적인 감각 지각, 강한 근육, 육식성 행동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염색체 수준의 호랑이 유전체 해독
현재 NCBI에 공개된 호랑이 유전체 서열 중 대표 서열은 안타깝게도 한국 호랑이 태극의 유전체 서열은 아닙니다.
대신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의 교잡종인 라이거(Liger)의 엄마 쪽 서열만 분석한 것으로, X염색체를 포함한 19개의 염색체 수준으로 구축하였습니다(NCBI : Panthera tigris 참고). 처음 호랑이 유전체 해독을 위해 3년이 소요되었으나, 생물정보 분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이제는 짧은 시간에도 염색체 수준의 완벽한 유전체 해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래로 쥐, 침팬지(2002년), 닭(2004년), 고양이, 원숭이(2007년), 돼지(2012년),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 종들의 유전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십이간지 중에서는 용(dragon)을 제외한 모든 종에서 유전체 분석이 완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우, 재래 닭 등 품종별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용도 표본 채집이 가능했다면, 이미 용이 승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근력 및 순발력 등과 관련된 유전자, 불을 뿜기 위한 관련 기관의 구조적 메커니즘, 뱀과의 진화 유연관계 분석, 뱀에는 없는 뿔이 용에는 있는 까닭 혹은 여의주 생성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동물들뿐만 아니라, 작물로서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 종들의 유전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人CoDOM : 식물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 참고).
#새해복많이받으세애옹
#고양이띠왜없어
#호랑이글에고양이지분챙기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제는 해독된 유전체 서열로부터 고부가가치의 생명 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입니다.
고양이처럼 울기만 하다 지쳐 그치지 말고 검은 호랑이처럼 힘차게 포효할 수 있도록,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갈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참고문헌
- Cho, Yun Sung, et al. "The tiger genome and comparative analysis with lion and snow leopard genomes." Nature communications 4.1 (2013): 1-7.
- Dietrich, Marcelo O., et al. "Hypothalamic Agrp neurons drive stereotypic behaviors beyond feeding." Cell 160.6 (2015): 1222-1232.
- Eriksson, Nicholas, et al. "A genetic variant near olfactory receptor genes influences cilantro preference." Flavour 1.1 (2012): 1-7.
- Mittal, Parul, et al. "Comparative analysis of corrected tiger genome provides clues to its neuronal evolution." Scientific reports 9.1 (2019): 1-11.
- Uenoyama, Reiko, et al. "The characteristic response of domestic cats to plant iridoids allows them to gain chemical defense against mosquitoes." Science advances 7.4 (2021): eabd9135.
EDITOR
정명희
RDC · Se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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