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육종이란?
모든 문명은 농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인류 최초의 문명이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서 곡물 농사를 기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안정적인 곡물과 식량의 생산 덕분이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종의 종자(씨앗)를 보존하고 개발하는 것은 곡물 생산과 발전에 필수적이며, 거시적으로는 식량안보, 종자주권, 먹거리 안전과도 연결됩니다.
종자 (출처: 한국일보 - "토종종자 무상으로 받아 가세요")
세계 종자 시장은 2023년 기준, 53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거대한 산업으로 부상하였는데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종자 생산과 이를 위한 육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래 육종이란 필요에 따라 작물의 종자를 개선(진화 또는 변형)하는 것을 목표로 실용 가치가 더 높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증식하는 기술입니다.
좌: 한우 (출처: 헬스조선), 중간: 청양고추 (출처: 위키피디아), 우: 통일벼 (출처: 매경프리미엄)
육종의 대상은 농경을 시작한 이래로 산업적으로 유용한 형질(표현형)을 가진 모든 생물체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마블링이 우수한 1등급 ‘한우’, 매운맛의 강자 ‘청양고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수확량의 제왕 ‘통일벼’ 등 동식물을 망라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경제 형질을 가진 모든 분야에서 육종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육종의 기본적인 전제는 특정 형질, 즉 특정 표현형은 특정 유전형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표현형이란 무엇인가요?
표현형은 어떤 생명체의 겉으로 관측이 가능한 특정 모습이나 성질을 의미하며 육종에서는 원예 형질이라고 합니다. 멘델의 완두콩 실험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표현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개념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초기 멘델이 형질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이 개념은 ‘유전자형이 곧 표현형으로 드러난다’라는 개념이었으며 완두콩의 ‘동그랗다’와 ‘주름지다’ 등과 같이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을 표현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표현형은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머리카락 색, 눈 색, 키 등과 같은 외향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특징적인 행동, 발생, 생리학적 특성 또한 포함합니다. 이러한 표현형은 초기 유전형에 의해 결정되며 향후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전통 육종은 작물의 성장이 완료된 이후에 전문 육종가에 의해 표현형을 확인하고 선발하여 다음 세대 교배에 이용합니다. 서로 다른 우수한 형질을 갖는 개체들을 교배하여 한 개체에서 우수한 형질 모두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년 동안 반복적인 교배와 표현형 관찰이 진행되는데요, 그러므로 시간적, 공간적,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겉으로 드러난 표현형만을 기준으로 하므로 육종의 목표가 되는 형질 외에는 다른 형질의 내재성을 모르는 등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도 데이터 육종(디지털 육종)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육종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작물을 선발하는 과정입니다.
대용량의 유전형과 표현형 데이터를 가공하여 AI 기반의 예측 모델을 구축하면, 새로운 개체의 유전형으로부터 표현형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 부본 조합에 따른 자손의 유전형을 고려하여 우수한 표현형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교배 조합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작물을 모두 재배하여 표현형을 확인하는 대신, 유전형을 기반으로 표현형을 예측하고, 이를 이용하여 교배함으로써 신품종 개발에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디지털 육종은 전통 육종과 비교하여 7~10년 이상 걸리던 육종 기간을 3~5년으로 단축하고, 육종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맛, 형태, 크기, 성분, 생산성, 병 저항성 등 복합 형질을 갖춘 신품종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육종의 패러다임의 변화 (출처: 인실리코젠)
육종의 패러다임도 또한 변화되고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부터 최근 50년 동안 한국의 육종은 대부분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진행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20년 사이에는 기능성을 강조한 작물의 육종으로 방향성이 바뀌어, 내재해성 기능이 강화된 품종이나 피토케미컬이 함유된 고기능성 작물들의 육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육종의 해외 사례 및 국내 디지털 육종 시장
글로벌 종자 기업과 해외 사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신젠타는 종자, 농약, 살충제 등을 판매하는 글로벌 농업기업인데요, 해충 저항성이 향상된 옥수수 품종 MIR604를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서는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백질 함량이 50% 증가한 콩 품종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미국의 몬산토는 대사체 분석과 유전자 발현 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피노믹스 플랫폼을 구축해 농업 생산성 및 재해 저항성 등의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인 육종 추세는 전통 육종으로 시작해 종자에서 확인한 일부 주요 유전자의 특성을 이용한 분자 육종을 넘어 전체 유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여러 유전자 간 연관 분석을 통해 육종 예측 모델을 만들어 육종 선발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 중입니다.
국내 종자시장 및 수출 규모 (출처: 세계일보 - 농업의 반도체 종자산업 적극 육성)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런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어 종자산업 기술혁신으로 고부가 종자 수출산업 육성이라는 비전을 담은 제3차 종자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23년~2027년)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국내 종자산업 규모를 7,400억 원(2020년 기준)에서 1조 2,000억 원으로 늘리고 매출 1,000억 이상 기업도 3개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인데요, 그뿐만 아니라 고부가 종자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개의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육종 등 신육종 기술 상용화가 핵심 전략 중의 하나입니다. 글로벌 기업은 유전자 교정, 디지털 육종 같은 신기술이 상용화 단계이나 국내 기업은 전통 육종이 주류이고 디지털 육종은 아직 도입단계에 있으므로 앞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실리코젠의 데이터 육종
인실리코젠의 데이터 육종 (출처: 인실리코젠 홈페이지 사업분야)
인실리코젠은 지난 몇 년간 농식품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융복합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화해 관행적인 육종 산업을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 및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디지털육종전환지원사업을 통해 종자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육종 컨설팅을 진행하고 전문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학습을 이용한 도라지꽃색 예측 모델과 밤 알곡 크기 예측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디지털 육종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Kang et al., 2019; Yu et al., 2021).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 육종 사례집 Vol.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는 주요 작물에 대한 표현형 온톨로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실리코젠은 육종 핵심기술 연구에 더욱 정진함으로써 육종 기술을 확산하여 한국이 종자 강국이 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디지털 육종으로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유전형과 표현형뿐만 아니라 재배 환경 데이터 등 육종 전주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표현형 연관 마커, MABC 마커 등 분자 육종부터 AI 기반의 디지털 육종까지 육종을 위한 모든 핵심기술을 데이터로부터 도출하는 데이터 육종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앞으로도 인실리코젠의 데이터 육종 기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고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EDITOR
홍온유
FLEX Dept · Digital 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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