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먹은 회, 오늘 먹은 김밥…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분명 냉장고에서 보관했는데, 왜 배탈이 났지?"

일상 속 음식과 식중독(출처: AI 생성 이미지(ChatGPT 활용))
갑자기 복통이나 설사를 하면, "혹시 음식 때문인가?" 생각해 본 적 있으실 텐데요.
이럴 때 의심해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식중독입니다.
식중독은 음식 섭취로 인해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발생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말합니다. 원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식중독은 무더운 여름철에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계절과 관계없이 우리 주변에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음식 속에서 어떻게 늘어나는 걸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냉장과 가열만으로 모든 위험을 막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원리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음식 속에서 미생물은 어떻게 늘어날까: 온도·수분·영양분·시간
미생물에게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수분과 영양분이 함께 존재하는 생장 환경입니다.
밥이나 조리한 고기, 잘라 둔 과일처럼 수분과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에 적절한 온도와 시간이 더해지면 미생물은 빠르게 증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금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식품에서는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어 증식이 억제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증식에 적합한 조건이 갖춰지면, 세균의 수는 어떤 방식으로 늘어날까요?
세균은 일정한 수가 조금씩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둘, 둘이 넷으로 갈라지는 이분법(binary fission)으로 증식합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변화가 작아 보여도 분열이 반복될수록 세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일부 세균은 최적의 생장 조건에서 약 20분 만에 개체 수가 두 배로 증가하기도 합니다.

이분법에 따른 세균의 증식 과정(출처: AI 생성 이미지(ChatGPT 활용))
중요한 건 이런 조건이 한여름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낮 기온이 여전히 높은 늦여름과 초가을에도 조리한 음식을 따뜻한 곳에 오래 두면 미생물에게 충분히 좋은 생장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음식을 충분히 익히고(육류 중심온도 75℃, 어패류 85℃에서 1분 이상), 냉장식품은 5℃ 이하에서 보관하는 등 기본적인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식중독을 일으킬까: 세균·독소·바이러스
식중독의 원인은 다양하며,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줍니다.
살아 있는 세균이 음식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와 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세균이 음식 속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독소를 섭취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음식이나 사람의 손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과 관련 식품(출처: AI 생성 이미지 (ChatGPT 활용))
1. 세균 감염 — 살아 있는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경우
- 살모넬라(Salmonella)
2025년 식중독을 일으킨 병원체 가운데 발생 건수(79건)와 환자 수(4,248명, 전체의 43%)가 모두 가장 많았던 균입니다. 주로 계란과 가금류, 그리고 이들에 의해 오염된 음식을 통해 감염됩니다. 2025년에는 달걀 등 난류 관련 식중독이 14건이었지만 환자는 2,392명에 달했습니다. 계란이 지단이나 김밥처럼 여러 사람에게 제공되는 음식에 사용될 경우 한 번의 오염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장염비브리오(Vibrio parahaemolyticus)
회와 조개류를 먹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균입니다. 바닷물에 존재하다가 어패류의 표면이나 내장에 붙어 유통·보관 과정에서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온과 보관 온도가 높아질수록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여름철 수산물 식중독의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 병원성 대장균(Escherichia coli)
덜 익힌 육류뿐 아니라 오염된 채소와 샐러드 등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열하지 않고 먹는 채소는 조리 과정에서 균을 제거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세척과 교차오염 방지가 중요합니다. - 캠필로박터(Campylobacter)
대표적인 원인은 충분히 익히지 않은 닭고기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균은 약 42℃에서 잘 자라는데, 주요 숙주인 닭 등 조류의 체온이 약 42℃라는 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생물의 생장 특성이 그들이 적응해 온 숙주 환경을 반영하는 사례입니다.
2. 독소형 — 세균이 만들어 놓은 독소를 섭취하는 경우
-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김밥이나 도시락처럼 조리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많이 닿는 음식에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균 자체뿐만 아니라 균이 음식 속에서 증식하며 만들어내는 엔테로톡신(enterotoxin)입니다. 이처럼 어떤 식중독은 살아 있는 균보다 이미 만들어진 독소가 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3. 바이러스 — 오염된 음식이나 물, 사람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
- 노로바이러스(Norovirus)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입니다. 오염된 굴이나 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감염자의 손이나 표면을 통해 사람 사이에서도 쉽게 전파됩니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부터 발생이 증가해 겨울철에도 주요 식중독 원인이 됩니다.
익히고 냉장하면 끝? 식중독 예방의 세 가지 함정
이렇게 식중독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예방법의 기본 원리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미생물이 음식 속에서 늘어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음식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하며, 가능하면 가열로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냉장 보관하고 충분히 익혀 먹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냉장과 가열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모든 위험을 완전히 없애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식중독 예방에서 주의해야 할 세 가지 함정(출처: AI 생성 이미지(ChatGPT 활용))
첫째, 냉장은 살균이 아니다.
냉장 온도에서는 대부분의 세균이 느리게 자라거나 증식이 크게 억제됩니다.
하지만 모든 미생물이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미생물은 낮은 온도에서도 천천히 증식할 수 있습니다.
즉 냉장고는 세균을 '죽이는' 장치가 아니라 증식 속도를 늦춰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냉장 보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냉장고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이 오랫동안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냉장 여부뿐 아니라 얼마나 빨리 냉장했는지, 얼마나 오래 보관했는지까지 함께 보는 것입니다.
둘째, 균을 죽여도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남을 수 있다.
충분한 가열은 대부분의 살아 있는 식중독 세균을 제거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음식이 상온에 오래 놓여 있는 동안 일부 세균이 독소를 만들어 놓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앞에서 살펴본 황색포도상구균의 엔테로톡신처럼 열에 비교적 안정적인 독소는 균 자체가 죽은 뒤에도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 오래 두었어도 다시 뜨겁게 데우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다시 데우는 것보다, 애초에 미생물이 충분히 증식하고 독소를 만들 시간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 조리가 끝났다고 미생물의 활동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나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같은 세균은 불리한 환경에서 열과 건조 등에 강한 포자(spore)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일부 포자는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음식이 천천히 식거나 부적절한 온도에서 보관되면 다시 발아해 세균이 증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밥이나 볶음밥, 국·육류 요리처럼 대량으로 조리한 음식을 천천히 식혀 보관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량으로 조리한 음식은 내부까지 식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큰 냄비나 용기에 그대로 둔 채 천천히 식힐수록 살아남은 포자가 발아해 세균이 다시 증식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량 조리 음식에서는 '충분히 익혔는가'만큼 '조리 후 어떻게 보관했는가'도 중요합니다. 냉장, 가열, 빠른 냉각은 모두 미생물의 증식과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지만, 어느 하나만으로 모든 위험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에는 정말 안심해도 될까요?!
식중독은 여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식중독 위험은 단순히 바깥 기온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음식의 온도와 수분, 보관 시간, 조리 방식, 병원체의 특성, 그리고 우리의 행동이 함께 작용합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졌더라도 조리한 음식이 오랫동안 상온에 놓여 있다면 미생물에게는 여전히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월별 식중독 발생 건수 및 환자 수(출처: 식품안전나라 통계 기반 자체 제작)
실제 통계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국내에서는 총 319건의 식중독이 발생해 9,780명의 환자가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9월에는 발생 건수 45건, 환자 수 1,475명으로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8월과 7월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식약처가 2018~2022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가을철(9~11월) 식중독은 전체의 약 25%를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도 식중독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일교차입니다.
아침저녁은 선선하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높게 오르는 날이 이어집니다. 이때 "날이 선선하니 괜찮겠지" 하고 음식을 상온에 오래 두면 세균이 증식할 시간을 주게 됩니다.
둘째는 야외활동과 대량 조리 음식입니다.
나들이와 행사철에는 도시락, 배달음식, 뷔페처럼 조리 후 바로 먹지 않는 음식이 많아집니다. 특히 많은 양을 한꺼번에 조리한 음식은 내부까지 식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살아남은 미생물이 다시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노로바이러스처럼 가을부터 겨울철에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체도 있습니다. 결국 계절이 바뀐다고 식중독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의해야 할 원인체와 위험 조건이 달라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원리를 알면 예방법도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생물의 특성을 실제 식생활에 적용하면 식중독 예방법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손 씻기, 익혀먹기, 끓여 먹기, 세척·소독하기, 구분 사용하기, 보관온도 지키기의 6가지 방법을 식중독 예방을 위한 기본 수칙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수칙들은 미생물이 음식으로 옮겨가고, 살아남고, 증식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손 씻기와 조리도구의 구분 사용은 교차오염을 줄이고, 충분한 가열과 세척·소독은 식품이나 조리 환경의 미생물 위험을 낮춥니다. 또한 적절한 보관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남아 있는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중요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조리 후의 시간 관리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일부 세균은 음식 속에서 독소를 만들 수 있고, 가열 후에도 살아남은 포자는 음식이 식는 동안 다시 발아해 증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리한 음식은 상온에 오래 두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하거나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많은 양을 한꺼번에 조리한 음식은 큰 용기에 그대로 두기보다 적은 양으로 나누어 빠르게 식힌 뒤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식중독 예방은 어느 한 단계만 잘 지킨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조리하고 보관해 먹는 순간까지, 미생물이 옮겨가고 증식하고 살아남을 기회를 단계별로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론: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안전하게 지내는 법
미생물은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악당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나면 그저 살아가고 증식하는 생명체입니다.
적당한 온도와 수분, 영양분이 주어지면 빠르게 늘어나고, 어떤 미생물은 낮은 온도나 가열 같은 불리한 조건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습니다.
문제는 이런 생존 방식이 우리의 음식 속에서 펼쳐질 때입니다.
다행히 미생물이 어떻게 증식하고 살아남는지를 이해하면 예방법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깨끗이 씻은 손, 충분히 익힌 음식, 교차오염을 막는 조리 습관, 적절한 냉장 온도, 그리고 조리한 음식을 오래 상온에 두지 않는 것. 각각의 작은 행동에는 미생물이 증식하고 살아남을 기회를 하나씩 차단하는 과학적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식중독이 여름 한 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위가 한풀 꺾인 뒤에도 음식이 놓인 환경과 보관 방식에 따라 식중독 위험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졌다는 감각보다 음식이 어떤 환경에 얼마나 오래 놓여 있었는지를 살피는 것. 그것이 계절과 관계없이 안전한 식탁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오늘 이 글이 여러분의 식탁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키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 "식중독 통계",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foodsafetykorea.go.kr/portal/healthyfoodlife/foodPoisoningStat.do?menu_no=4425&menu_grp=MENU_NEW02
- "식중독 예방을 위한 6대 수칙",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foodsafetykorea.go.kr/portal/board/boardDetail.do?menu_no=3120&bbs_no=bbs001&ntctxt_no=1094593&menu_grp=MENU_NEW01
- "야외활동 많은 가을철, 식중독 예방 요령",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korea.kr/news/healthView.do?newsId=148921675
- "Water Activity (aw) in Foods",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fda.gov/inspections-compliance-enforcement-and-criminal-investigations/inspection-technical-guides/water-activity-aw-foods
- "Water activity, water glass dynamics, and the control of microbiological growth in foods",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pubmed.ncbi.nlm.nih.gov/8725674/
- "Bacterial growth: a statistical physicist’s guide",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330087/
- "Foodborne pathogens",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fda.gov/food/outbreaks-foodborne-illness/foodborne-pathogens
- "Danger Zone (40°F - 140°F)",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fsis.usda.gov/food-safety/safe-food-handling-and-preparation/food-safety-basics/danger-zone-40f-140f
- "Listeria monocytogenes Risk Assessment Questions and Answers",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fda.gov/food/risk-and-safety-assessments-food/listeria-monocytogenes-risk-assessment-questions-and-answers
- "Norovirus Outbreaks", 2026년 8월 7일 접속, https://www.cdc.gov/norovirus/outbreak-basics/index.html
- "10.1: Binary Fission and Generation Time", 2026년 8월 11일 접속, https://bio.libretexts.org/Bookshelves/Microbiology/Introduction_to_Microbiology_\(Liu_et_al.\)/10%3A_Microbial_Growth/10.01%3A_Binary_Fission_and_Generation_Time

EDITOR
장지희
R&D Center · Ju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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