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찾아온 봄!
경칩(3월 5일)이 지났고 춘분(3월 20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는 시기를, 춘분은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두 날 모두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함을 알리는 절기로, 따뜻한 봄기운을 따라 반가운 손님들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긴 겨울을 버텨낸 다양한 동식물은 생명 활동을 시작하고, 이를 만끽하기 위해 많은 나들이객이 이곳저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봄바람이 꼭 반가운 손님만 불러오진 않습니다. 황사와 꽃샘추위 같은 현상도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꽃가루와 이로 인한 알레르기(Allergy) 역시 많은 분의 일상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표적인 봄철 불청객인 알레르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분증, 누구냐 너?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로 인해 면역체계가 과민반응 하는 현상을 지칭하며, 화분증(꽃가루 알레르기)은 말 그대로 꽃가루로 인해 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과연 신체 내부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길래 침입자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복잡하고 긴밀하게 작용하는 면역체계가 우리를 괴롭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봄철 대표적인 알레르기 원인인 꽃가루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꽃가루는 식물의 생식세포로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과 지질로 이루어진 복합체입니다. 화분증의 증상은 꽃가루가 가진 단백질 및 지질의 구조가 신체의 면역체계를 자극하여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꽃가루는 나무, 풀, 잡초 등 다양한 식물에서 유래하지만, 높은 구조적 동질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꽃가루-꽃가루 혹은 꽃가루-식품 등 교차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는 범알레르겐(Panallergen)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화분증 연구는 꽃가루의 구조를 중심으로 수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면 꽃가루의 구조뿐만 아니라 꽃가루의 표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먼지 등 다양한 물질에 관한 복합적인 연구가 수행되면서, 단순히 꽃가루 자체의 문제가 아닌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꽃가루 복합물에 의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커졌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바람이나 곤충을 매개로 확산하는 꽃가루는 공기 중의 바이러스나 곤충의 지질 혹은 박테리아 오염의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 다양성이 점차 증가하게 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내용은 알레르겐의 침입에 따른 면역체계의 반응으로, 단계에 따라 크게 4개의 과정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정은 상피세포에서의 알레르겐 인식입니다. 상피세포가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패턴 인식 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PRR)를 발현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알레르기 유발 알라민을 생성합니다. 활성화된 PRR 경로는 보조 T 세포(Th2) 매개 면역 반응을 촉진합니다.
두 번째는 항원 처리 및 T 세포 활성화입니다. 상피 표면을 통과한 항원은 항원 제시 세포(Antigen-Presenting Cells, APC)에 의해 포획되고 주조직 적합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를 세포막에 표지합니다. 이후 활성화된 T 세포의 항원 결정기(Epitope)가 알레르겐과 반응하여 면역글로불린 E(Immunoglobulin E, IgE)의 분비를 유도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면역글로불린의 형성입니다. IgE 항체는 비만세포(Mast cell) 표면의 FCεRⅠ 수용체와 결합하여 알레르겐의 침입을 대비합니다. 비만세포 안에는 히스타민, 류코트리엔, 사이토카인 등의 다양한 면역 단백질이 존재하며, 항원이 IgE 항체와 결합하는 경우 관련 물질들을 세포 외부로 분비하게 됩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마지막 단계는 면역 물질 확산에 따른 양성 피드백입니다. 비만세포에서 분비된 여러 물질에는 각각 대표하는 기능들이 존재합니다. IL-4, IL-12, IL-33 등 다양한 인터루킨(Interleukin, IL)을 분비하여 면역계의 흐름을 조절합니다. 히스타민의 경우 혈관의 확장을 통해 면역세포의 이동성을 증가시켜 신속한 항원 제거를 지원합니다.
에취! 멈추지 않는 재채기
알레르기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 증상은 면역 반응의 마지막 단계에서 분비되는 면역 단백질에 의한 신체 반응으로, 대부분은 히스타민에 의해 발생합니다.
화분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재채기는 히스타민에 의한 근육의 수축으로 인해 발생하며, 신체 내부에 존재하는 원인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콧물과 같은 점액질의 분비물은 원인물질이 추가로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히스타민에 의해 확장된 혈관은 원인물질과 접촉한 부위에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증 등을 유발하고 소화기에 존재하는 원인물질을 비활성화하기 위해 위산을 분비하여 복통을 유발하거나 빠르게 제거하기 위하여 설사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경우 과민성 쇼크(Anaphylaxis)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과민성 쇼크는 신체 전체에서 일어나는 매우 격렬하고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혀와 기도 등 호흡기 점막이 부어올라 호흡이 막히거나 급격한 혈압 감소로 인한 의식 저하 및 쇼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민성 쇼크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신체에 공급되는 혈액이나 산소가 감소하여 콩팥, 뇌, 심장 등에 손상을 주거나 사망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우유도 안돼! 땅콩도 안돼! 새우도 안돼!
앞선 내용에서는 알레르기에 대한 설명을 위해 꽃가루를 예시로 설명하였지만, 일상생활 속에는 다양한 알레르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대표적인 알레르겐 식품으로는 우유, 곡류 3종(대두, 메밀, 밀), 갑각류 2종(게, 새우), 견과류 3종(땅콩, 호두, 잣) 등이 존재하지만, 개인에 따라서 그 외 다른 식품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곰팡이, 진드기, 동물의 털 등 특정 생물과의 접촉이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특정 금속(니켈)이나 약물(NSAID 진통소염제)에 의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유도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알레르겐은 물질로서 신체 접촉을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만, 물질이 아닌 알레르겐도 존재합니다. 온도 변화와 태양광 등 외부 자극이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알레르겐 중 무엇이 원인물질인지 규명하는 것은 환자의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피부 반응을 이용한 검사와 혈액을 이용한 검사가 있습니다.
피부 반응을 이용한 방법은 표피에서 확인하는 피부 단자검사와 표피 아래에서 확인하는 피내검사가 존재합니다. 두 방법 모두 피부에 항원을 노출시킨 후 두드러기와 발적 반응을 관찰하여 원인물질을 밝히는 방법입니다. 피부 단자검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짧고 간단하게 검사를 할 수 있기에 먼저 시행하고, 해당 검사에서 원인 알레르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정확한 검사를 위해 피내검사를 시행합니다. 혈액을 이용한 검사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MAST와 ImmunoCAP이 존재합니다. MAST의 경우 혈청에 존재하는 전체 IgE 항체의 수치과 알레르겐 특이 IgE 항체 수치를 측정하여 알레르기 유무를 판별합니다. 한 번의 채혈로 다양한 물질에 대한 검사가 가능하고 알레르기 반응 정도를 0~6등급으로 구분합니다. ImmunoCAP은 보다 높은 정확도를 갖고 있어 확진의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한 번에 하나의 항목에 대해서만 검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확인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질수록 비용적인 부담도 많아지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알레르기를 지닌 사람이 해당 물질과 접촉하는 경우 발진, 발열, 재채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인이 알레르기 환자이고 그 원인 물질을 안다면, 장난으로라도 해당 물질을 노출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피할 수 없어도 최대한 노력해보자
앞서 보았듯이 알레르기 원인의 다양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치료 방법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알레르기는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불치 질환입니다. 하지만 증상을 약화해주는 방법이 여럿 개발된 상태이기에 치료와 예방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 치료 방법으로는 알레르기 반응을 차단하는 면역치료가 있습니다. 알레르기 환자에게 매우 낮은 농도의 원인물질을 규칙적으로 증량 투여해 더 이상 원인물질에 반응하지 않도록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하며, 치료가 효과를 보일 때까지 3~5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은 주로 히스타민에 의해 발생하므로, 히스타민의 기능을 저해시키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증상을 많이 완화 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물질과 접촉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꽃가루, 샐러드에 숨어있는 땅콩소스 등 직접 확인하기 힘들고 피하기 어렵겠지만,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대한 피해 보도록 노력해 봅시다.
참고자료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List.do?searchKeyword=%EC%95%8C%EB%A0%88%EB%A5%B4%EA%B8%B0)
- 알면한의원 (https://blog.naver.com/pcssoom/220302517970)
- Kay, A. Barry. "Allergy and allergic disease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44.1 (2001): 30-37. (https://doi.org/10.1258/0007142001903481)
- Durham, Stephen R., and Mohamed H. Shamji. "Allergen immunotherapy: past, present and future." Nature Reviews Immunology 23.5 (2023): 317-328. (https://doi.org/10.1038/s41577-022-00786-1)
- Hannoodee S, Nasuruddin DN. Acute Inflammatory Response. In: StatPearls. Treasure Island (FL): StatPearls Publishing; 2024 Jan-.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556083/)
- Guryanova, S. V., Finkina, E. I., Melnikova, D. N., Bogdanov, I. V., Bohle, B., & Ovchinnikova, T. V. (2022). How Do Pollen Allergens Sensitize?. Frontiers in molecular biosciences, 9, 900533. (https://doi.org/10.3389/fmolb.2022.900533)
EDITOR
임재원
R&D Center · Ju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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